LIG손보·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인수…비은행 강화
신한금융과 격전 예고…"리딩금융 위상 회복" 취임 일성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비가 온다고 모든 사람이 집에 있을 이유는 없다. 비가 올 때 우산을 갖춘 사람들은 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푸르덴셜생명 고가 인수를 우려하는 노동조합에 이같이 말했다. "보험은 수요가 여전히 있고 괜찮은 비즈니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3주가 흐른 10일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약 2조3400억원(기초 매매대금 2조26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윤 회장 취임 후 KB금융의 세 번째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
윤 회장은 2014년 취임했다. 당시 그는 취임 일성으로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KB금융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순차적으로 인수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그룹의 몸집을 키운 결과, KB금융은 2017년 신한금융지주가 9년동안 사수했던 1위를 차지했다. 윤 회장 취임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하지만 KB금융은 1년 만에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오렌지라이프는 생명보험사가 약점으로 지목돼온 KB금융도 눈여겨보던 매물이다. 2012년 어윤대 회장 시절 인수전에도 참여했으나, 이사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5년 후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시장에 다시 내놓았지만, 과거보다 조건이 악화됐다는 판단(오버페이)에 뜻을 접었다.
KB금융은 인수할 만한 다른 생명보험사를 찾았고,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공식화되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KB금융 측은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보험사까지 포함해 비교 검토했다. 하지만 "생명보험업계 최고 지급여력비율(작년 12월말 425%),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 업계 최고 수준의 우수설계사 등을 갖췄다"며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집중했다.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과 KB금융 간 '리딩금융그룹' 경쟁은 또다시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 자산은 552조원, KB금융 자산은 518조원이다. 푸르덴셜생명(20조원)을 인수해도 여전히 자산 규모가 밀리지만, 순이익 기준으로는 접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두 그룹 간 순이익 차이는 91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의 순이익은 1464억원이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윤 회장 연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은 임기동안 잇따라 대형 M&A를 성사시켰는데, 이러한 대형 M&A는 경영자의 주요한 경영성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