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자 배우, MC인 시무라 켄(志村けん, 70)이 지난 29일 코로나19로 사망했다. TV에서 항상 봐왔던 친숙한 인물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주일도 안 돼 사망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새삼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감염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 (그의 죽음은) 다시 한 번 바이러스의 공포를 실감케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산케이신문도 "시무라 켄의 부고는 코로나19가 가까이 있는 공포임을 보여줬다. 그가 고령이고 폐렴을 앓은 적이 있다고는 해도 그 충격은 헤아릴 수 없다"며 "당연히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사카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자 MC인 시무라 켄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오사카 시내의 뉴스 전광판. 2020.03.30 goldendog@newspim.com |
◆ 지나치게 태연했던 일본·일본시민
그 동안 일본은 코로나19에 지나치게 태연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의식한 탓인지 적극적으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국민들은 세계적인 상식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무관심했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시민들은 여전히 붐비는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공원에 모여 벚꽃놀이를 하며, 번화가에서 쇼핑과 식사를 하고, 주점에서 가깝게 붙어 앉아 음주를 즐긴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벚꽃이 만개했던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도쿄 우에노(上野)공원을 찾은 사람이 직전 주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고 전했다.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 긴자(銀座)의 유동인구도 3월 첫째 주에는 1월 중순의 60% 정도에 불과했지만, 셋째 주에는 80%까지 늘어났다.
급기야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도쿄 내 확진자 급증에 대해 바(BAR)나 클럽 등 심야 유흥주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후생노동성 클러스터(집단 감염) 대책반은 30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동선을 분석한 결과, 심야 클럽이나 바 등에서 감염 집단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30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야 유흥주점 등의 출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젊은층은 가라오케(노래방)와 라이브하우스(재즈나 록을 연주하는 클럽), 중년층은 바와 나이트클럽 출입을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만개한 벚꽃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나도 확진자라는 발상 전환 필요"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쿄 봉쇄'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점차 현실성을 띠고 있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지난 27일 각 금융사에 록다운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당국과 업계 사이에 코로나19 대응 방안 얘기가 오갔지만, 최근 록다운 얘기가 나오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를 봉쇄하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자세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감염되지 않는다. 감염시키지 않는다"라는 자세를 기본으로 갖추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토(京都)대학 바이러스재생의학과연구소의 미야자와 다카유키(宮沢孝幸) 준교수는 "봉쇄 위험이 해제되더라도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되지 않으면 몇 번이고 반복될 것"이라며 "우선 필요한 것은 의식 개혁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국민 개그맨으로 불렸던 시무라 켄의 안타까운 죽음이 일본인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도쿄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 슈퍼마켓의 냉동식품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2020.03.27 kebju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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