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최원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이 되면서 글로벌 경제활동이 거의 마비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실업대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실직자가 대거 양산되며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일자리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상하이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근로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3.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1~2월 중국 근로자 500만명 일자리 잃어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17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이 전날 발표한 데이터를 인용,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지난 1~2월 약 500만명의 중국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중국 도시 실업률은 6.2%로 지난해 12월의 5.2% 및 1월의 5.3%에서 크게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 도시 지역에서 고용 상태였던 인구가 4억4247만명이었던 데에다 실업률 상승폭을 반영하면 467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다만 국가통계국은 중국 내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어 생산활동이 재개된 만큼 하반기에는 실업률이 다시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 중국 소득 불균형 심화 전망
일자리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경제가 상처를 입어 중국 내 빈부격차는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빈부를 가리지 않았지만, 저소득 계층일수록 소득 감소폭이 크고 회복 능력이 약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A&M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간 리 박사가 지난 2월 중국에서 소득계층별로 2000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연 소득이 42만3000위안(약 763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은 절반이 소득 급감을 예상한 반면 연 소득이 130만위안(약 2억3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층은 13%만이 소득 급감을 예상했다.
또한 중국 가정금융조사연구센터(CHFS)가 지난 2월 약 4만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소득이 감소해도 저축 등 유동 자산 규모에 따라 거주비와 식비 등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며 버틸 수 있는 기간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서베이에 따르면, 계약직 근로자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의 경우 2.3개월, 정규직 근로자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는 5.6개월, 사업체 운영자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는 9.8개월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은 산업군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수리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는 3.8개월 버틸 수 있는 반면, 금융업 종사자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는 9.4개월까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 박사는 "이번 데이터는 코로나19가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지만, 특히 임시직 근로자와 저소득층이 심한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경제 컨설팅 기관 게이브칼은 2~3월 중국 농민공이 일을 하지 못해 잃은 소득은 총 8000억위안(141조9120억원)에 달할 것이며, 자영업자들까지 포함하면 상실된 소득 규모는 1조5000억위안(약 266조8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중국 내 전체 가계의 가처분소득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이브칼의 중국 책임자인 앤드류 뱃슨은 "중국은 국가 자본주의 하에서 공산당이 경제 통제력을 장악하고 있어 코로나19 위기가 소득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봉쇄, 여행 제한, 휴업령 등은 국가 체제를 균열시키기보다 공산당이 가진 정부로서의 막대한 힘을 과시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국가 자본주의에서 이미 약자로 몰린 이들"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농민공은 직장과 거주지가 다른 곳에 있어 수십 년 간 사회보장 프로그램이나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화이트칼라 근로자들도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농민공들은 아예 소득이 없는 채로 몇 달을 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간 박사는 소득 불균형 확대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주택담보부대출 상환을 연기해주고 저소득층에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 소득이 6만위안(약 1064만원) 미만인 가계에 1620위안(약 29만원)씩 현금을 지급하면 총 1억7600만 가정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소요되는 정부 예산은 총 2860억위안(약 50조7335억원)으로 대차대조표 상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글로벌 바이러스 타격받는 업종 지도 [자료=Moody's] 2020.03.17 herra79@newspim.com |
◆ 미국 일자리 절반 위험
한편 미국에서도 입국금지와 봉쇄령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국 일자리 절반 이상이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됐다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진단도 나왔다.
미국 CNN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약 8000만개의 미국 일자리가 경미하거나 높은 위험성에 노출됐다고 17일 진단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1억5300만개 일자리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수천만개의 일자리가 당장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1000만개의 일자리 근로자들은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강제 휴직, 임금 삭감을 경험할 것이라고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이날 무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의류·자동차·부품·교통(항공·해운)·게임·여행·숙박·비식품소매업 업종 등 적어도 2700만개의 일자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타격이 큰 위험군에 속한다. 교역과 자유로운 이동에 연관된 업종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며, 자동차생산도 공급망 충격에 노출된다.
중간 정도의 위험에 노출된 업종은 음료·화학·제조·미디어·금속광업·정유·부동산개발(중국)·농축산·서비스·제강·첨단기술하드웨어 업종이다.
또 5200만개의 식음료소매·제약·부동산리츠·교육·통신 업종 등 은 "경미한 위험군"에 속한다. 이중 500만명의 근로자들은 실직되거나 제대로된 임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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