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요시히로 "유전자증폭기 평양에만 있어"
미 전문가들 "국경 봉쇄로 북한 경제 큰 타격"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조만간 코로나19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국제사회에 관련 지원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대담에서 "북한에서는 현재 일반 시민들에 대해 150~200세대마다 진료소 직원들이 순회하며 열이 나거나 폐렴과 비슷한 증상이 나오는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7일 전한 남포수출입품검사검역소 방역 현장. [노동신문 홈페이지] |
◆ "북한, 스스로 코로나19 진압하지 못한다고 생각"
마키노 편집위원은 이어 "검사 키트가 부족해 실제 감염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검사 대상자의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장비가 평양 봉화진료소에만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로열패밀리'나 일부 고급 간부 외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 유전자 증폭장치 6대를 북한에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며 "북한도 장비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는 말인데 아마 감염자가 있다고 하면 발표할 생각이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힘으로 코로나19를 진압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장비를 구하면서 검사한 다음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도 지난달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북한에 지원할 코로나19 관련 장비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받았다. 북한 보건성이 조선적십자사를 통해 먼저 신청했으며 확인 여부 검사기, 의료용 장갑, 보안경 등이 북한에 보내질 계획이다.
리처드 블루위트 IFRC 유엔 상주대표는 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으로 물자를 수송할 채널을 찾아야 하는 도전이 있다"며 "중국을 통해 육로로 전달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실행 가능한 방법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조율 중"이라며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동향에 대해선 "우리는 직접 확인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 북한 당국에서 관련 문제를 발견해 도움을 요청하면 예방·대응 차원에서 보건성과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동 제한으로 식량난 가능성"
북한 내부 코로나19 발병 여부를 떠나 외국으로부터의 감염병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조치만으로도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다당 수석부차관보는 RFA에 "북한이 정말로 국경을 봉쇄하고 중국 관광객 유입을 막는 등 중국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면 북한 경제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식량과 연료, 상당한 비중의 교역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북중 간 경제적, 인적 상호작용이 상당하다는 의미"라며 "이는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을 완전히 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RFA에 "북한의 대중무역 상당 부분이 접경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현재 국경 폐쇄를 비롯한 특단의 조치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 워츠 전미북한위원회(NCNK) 국장은 "국경 폐쇄가 일반적으로 춘궁기에 해당하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까지 지속돼 식량 부족이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며 "북한 내 이동제한 강화는 특정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더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