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르포] 해체 앞둔 '고리 1호기' 현장을 가다

기사입력 : 2019년10월30일 16:46

최종수정 : 2019년10월30일 16:46

가동 멈추고 최소인력 남아 관리
해체 이후 녹지·산업용지로 활용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보 애로

[부산=뉴스핌] 최온정 기자 = '대한민국 원전의 자존심 고리 제1발전소'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잠들어 있는 부산광역시 기장군을 방문한 지난 29일. 발전소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거대한 순환수 펌프에는 이곳이 국내 원전의 효시임을 짐작케 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발전소는 사전 출입신청과 고리본부 정문에서 진행된 신분 확인, 지문 등록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들어갈 수 있었다. 국가보안시설 최고 등급인 '가'급 시설이기 때문에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반입할 수 없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내부로 들어가자 돔 형태의 원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 발전소 전경. 2019.10.29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권양택 제1발전소 발전소장은 "40년간 가동한 후 은퇴한 원전의 모습을 보고있다"며 감회가 새로운 듯이 말했다. 권 소장은 1982년에 1호기 교대팀장이 된 후 2017년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될 때까지 30년간 원전과 동고동락했다.

고리 1호기는 원자로 건물과 이를 둘러싸는 보조 건물, 그리고 터빈 건물로 구성된다.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곳은 터빈 건물이었다. 원자로 건물은 방사능 수치가 높아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재차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건물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터빈 건물에 들어서자 마자 '웅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리 1호기는 영구중지되면서 원자로가 멈췄지만, 인접해있는 2호기의 원자로에서 터빈이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였다. 통상적으로 원전은 2개 호기를 나란히 붙여 건설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크레인와 같은 설비를 공유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원전을 조작하는 '주제어실(MCR)'로 들어서니 고리 1호기가 가동을 멈춘지 2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제어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원자로 제어판은 컨트롤러 대부분에 '영구정지'가 적힌 녹색 딱지가 붙어있었다. 원자로의 출력을 보여주는 계기판에도 '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권양택 소장은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소를 관리하기 위해 최소설비만 가동되고 있다"며 "5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소방·안전 점검 등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정상 운전중일 때는 각 조에 10명씩 6개조가 교대근무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인원이 축소됐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붕산이 녹아있는 수조 속에 보관된다. 붕산은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수조 속에는 485다발의 사용후 핵연료가 수심 12m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수명이 다한 핵연료봉을 골라내 수조로 옮기는 과정은 제어실에서 조정한다.

사용후핵연료가 담긴 수조. 2019.10.29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은 해체 사업을 총괄하며 본격적인 원전 해체를 준비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즉시해체 방식으로, 최소 15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현재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해체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내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최종본을 제출할 계획이다. 

최득기 고리본부 1호기 안전관리실장은 "계획서는 조직과 인력운영, 피폭관리 등 다양한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며 "원안위 검토과정은 2년 가량 소요될 예정이며, 원전 부지는 녹지로 복원되거나 산업용지 등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1960~1980년대에 건설한 원전의 설계수명이 도달함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 100년간 해체 시장 규모는 549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을 계기로 전세계 해체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사업 추진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체 작업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에는 총 58개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한수원이 확보한 기술은 41개에 불과하다. 17개는 미개발 상태다. 한수원은 중소기업과 함께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지만 사업시작 전에 기술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다. 해체 작업을 시작하려면 먼저 사용후핵연료 다발을 저장시설으로 옮겨야 한다. 고리 1호기의 경우 485다발을 옮기려면 임시 시설인 조밀건식저장모듈(맥스터) 10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서 건설 승인이 나지 않아 현재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한수원 관계자는 "2022년 기준은 인허가 승인 후 해체가 가능한 시점"이라며 "저장시설 건설 기간만 7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검토위원회에서 결정이 나지 않으면 실질적인 해체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onjunge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