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터키 중앙은행이 1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무라트 우이살 터키 중앙은행 총재는 25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부터 24%에서 유지돼 온 터키 기준 금리인 1주일 레포(Repo) 금리는 19.75%로 떨어졌다.
터키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며, 인하 폭은 2002년 이후 가장 최대 규모다. 지난주 로이터가 실시한 사전 조사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250bp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전세계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인플레이션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리라화는 터키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직후 달러화에 대해 1% 급락했으나 이후 낙폭을 줄였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마티스 신흥시장 외환 전문가는 블룸버그에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터키 중앙은행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렸다"며 "리라화가 초기 반응에서 빠르게 회복했으나 이번 금리 인하는 외부 상황이 악화됐을 때 리라화 노출도가 커질 수 있다는 명백한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외환 위기 당시 터키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해 비상 조치에 나섰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15년래 최고치인 25%로 치솟자 터키는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를 24%로 유지해왔다.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6%까지 하락했으며, 터키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4년 반 만에 통화 완화 정책에 나섰다.
터키 중앙은행의 이번 금리 인하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일 무라트 체틴카야 중앙은행 총재가 터키 정부의 정책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서 해임하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를 총재직에 앉혔다.
이후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준금리를 300bp 인하 하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에 체틴카야 전 총재가 응하지 않아 임기를 1년 앞두고 해임됐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가 체틴카아 전 총재 경질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있다.
리라화는 지난해 달러화 대비 30% 가까이 약세를 보인 후 올해 초 변동성을 키웠다. 그러나 최근 리라화는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키로 한 터키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터키 리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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