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힌트’에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투기등급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연이어 발생,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용 등급이 낮고 손실 리스크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에 하이일드 본드로 불리는 이들 채권이 이른바 ‘서브 제로’에 거래,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전례 없는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월가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5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유럽의 14개 투기등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통신 거대 기업 알티스 유럽과 노키아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관련 채권 규모는 총 30억유로(33억8000만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국채를 필두로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진 것과 또 다른 차원의 저금리 파장이라는 지적이다.
BofA-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하이일드 본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된 상황은 과거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언급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하와 앙적완화(QE) 재개 등 통화완화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서브 제로’에 거래되는 회사채의 절반 가량은 조기 상환이 가능하고, 이 경우 투자자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정크본드의 전반적인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BB 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이 올해 1월 초 3.6%에서 최근 1.9%까지 하락, 반토막에 가까운 급락을 연출했다. 정크본드 평균 수익률도 같은 기간 4.9%에서 3.0%로 후퇴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콜린 퍼디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럽 채권시장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는 하이일드 본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연준과 ECB의 통화완화가 확실시되는 데다 투자자들은 수익률보다 자본 차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떄문이다.
또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정책자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밑도는 만큼 초저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채권 수익률 하락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서브 제로’ 하이일드 본드가 전체 투기등급 채권 가운데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스프레드가 0.4%포인트 떨어질 때 수치는 10%로 상승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정크본드의 발행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리걸 앤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틴 리브스 하이일드 채권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 많은 ‘서프라이즈’가 벌어질 것”이라며 “투기등급 기업이 ‘서브 제로’에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