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와의 표대결 대비 ‘백기사’ 확보 노력 일환
증권사들, 회사채 발행 등 사업 연결고리 적지 않아
자금줄 차단 통한 KCGI 추가 지분 확대 견제 가능성
[편집자] 한진그룹이 KCGI에 대한 반격에 나섰습니다. 미래에셋대우 등 금융투자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KCGI 자금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KCGI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타 금융투자사를 통해 자금확보에 나섰습니다. 조현민 전무 복귀에 대해서는 ‘무책임 경영’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 제2라운드에 들어선 한진그룹과 KCGI,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양측의 향후 행보와 한진그룹 주가 전망 등을 살펴봅니다.
[한진家 반격①] KCGI 자금줄 끊기?...증권사 '우군' 확보 나서
[한진家 반격②] KCGI "사외이사 선임 집중"...지구전 대비
[한진家 반격-끝] '프리미엄' 빠지는 한진칼..."新 경영쇄신안이 관건"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한국형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지분 경쟁중인 한진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이후 물밑에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주요 자금줄인 금융투자업계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등 KCGI와의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
앞서 지난 10일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차녀이자 조원태 회장의 동생인 조현민씨가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광고대행사 담당 팀장에세 물컵을 던졌다는 ‘물컵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14개월 만이다.
이에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그룹 기업가치를 훼손한 장본인인 조 전무의 경영복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진칼이 계열사 주가 폭락 피해 등에 대해 조 전무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고, 구체적인 급여 및 퇴직금 지급 기준을 묻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KCGI는 계열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15.84%를 보유한 2대주주다.
조 전무 복귀에 대해 시장 안팎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진칼 최대주주였던 조양호 회장 지분 17.84%을 비롯한 우호지분 28.95%를 물려받기 위해선 조원태 회장 등 삼남매의 역할 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KCGI와의 지분 경쟁에 대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는 한편 유휴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효율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동시에 KCGI의 추가 지분 확대시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줄 백기사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너 일가의 지분을 높일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군 확보를 통해 언제 있을지 모를 ‘표대결’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 KCGI 홈페이지] |
최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한 KCGI의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한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CGI는 지난 3월과 4월 계열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이용해 총 400억원의 자금을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대출받았다. 이 가운데 절반인 200억원의 만기가 지난 12일 도래했는데, 미래에셋대우가 “만기 연장이 어렵다”는 의사를 KCGI에 통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미래에셋대우가 한진그룹 쪽에 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계획의 일환일 뿐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부인했지만, 미래에셋대우가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컨설팅을 맡은 상황에서 KCGI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문제가 없음에도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투자 전략 변경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회사채 발행 등 한진그룹이 계열사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활용해 KCGI의 자금줄 차단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진칼, 대한항공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과 같은 다양한 딜(Deal)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인수단에 포함시켜 왔다. 당장 지난 4월말 회사채 발행에도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 대·중소형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인수단을 꾸렸다. 증권사 입장에선 주 고객인 한진그룹과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주식담보대출 연장이 불허된 KCGI가 다른 증권사들에게 대출 가능 여부를 타진했지만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몇 백억 때문에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