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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적 고통과 환희 체험한 삶", 이희호 여사 인고의 삶 끝내고 소천

기사입력 : 2019년06월11일 11:05

최종수정 : 2019년06월11일 11:07

군사독재 내내 탄압과 감시, 고통과 인고의 시간
15대 대선 승리, 남북정상회담·노벨 평화상 "최고의 순간"
재직 중 '홍삼 트리오' 사건, DJ 서거, 김홍일 별세 등 고통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김대중의 영원한 동지'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이희호 여사가 지난 10일 밤 11시 37분에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군사독재 시절 탄압을 견뎌내고 1997년 대선 승리로 70이 넘은 나이에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는 등 김 전 대통령 만큼 이 여사도 영욕의 세월을 함께 했지만, 기쁨보다는 아픔과 슬픔이 더 많은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1951년 6.25 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지인의 소개로 김 전 대통령과 만나 1962년 결혼한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1971년 신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고난을 맞았다. 대선에서 95만표 차이로 패배한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면서 탄압을 받은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다. 2019.06.11 mironj19@newspim.com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의문의 교통사고 이후 1972년 미국 망명, 1973년 납치사건 등 수차 죽을 고비를 넘겼고, 가택연금과 투옥을 당했다. 신군부 출범 이후인 1980년에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되고 다시 미국 망명과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오랜 기간을 군부독재정권의 탄압과 감시에 시달렸다.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의 투옥 기간 동안 겨울에도 방에 불을 넣지 않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남편이 감방에 있는데 혼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여사는 내내 이어진 탄압에서도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표되는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 여사는 유신시절 옥중의 남편에게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면 죄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수차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었던 남편의 곁에서 노심초사한 끝에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되자 김 전 대통령은 13대 대선과 14대 대선에서 연거푸 실패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불러주는 정계 은퇴 선언문을 직접 옮겨 적었다. 

이 여사는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마침내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환희도 맛봤다. 이 여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남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들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발인식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19.04.23 leehs@newspim.com

그러나 이 여사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재직 중이던 2002년 3남 홍걸 씨에 이어 차남 홍업 시까지 연달아 구속되는 등 이른바 '홍삼 트리오'라는 신조어 속에서 자식들이 비리 문제로 구속되는 참담함을 겪어야 했다.

노무현 정권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평생 힘써 온 대북관계의 성과가 훼손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평생 동반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큰 아픔 속에서도 이 여사는 지난 2009년 9월 김대중평화센터 2대 이사장을 지냈고, 2015년에는 93세의 나이에 세 번째 방북길에 오르는 등 햇볕 정책의 유지를 잇는 활동을 벌였다.

지난 4월 20일에는 큰 아들 김홍일 전 의원이 군사독재 시절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 여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문득 돌아보니 극한적 고통과 환희의 양극단을 극적으로 체험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dedanh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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