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셀렉션·제네시스 스펙트럼 서비스
2017년부터 미국·유럽 차메이커들 앞다퉈 시작
[서울=뉴스핌] 조아영 기자 = 자동차를 사는 대신 '구독'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일정 금액을 내고 회원 가입하면, 원하는 차량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확장되던 구독경제는 소유물 또는 재산으로 여겨지던 자동차까지 넘어왔다.
이런 자동차 구독은 지난 2017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먼저 시작됐다. 캐딜락, 포르쉐,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이 자동차 메이커들이 선구자다. 현대차도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차츰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현대셀렉션'과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월 149만원에 3개 모델을 매월 2회씩 바꿔 탈 수 있게 했다. 50명 한정으로 출시한 서비스는 한 달만에 정원을 채웠고, 이후에도 서비스 구매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현대셀렉션은 월 72만원에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를 매달 두 번씩 교체해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말에는 차량 라인업에 신형 쏘나타를 교체, 투입했다.
BMW의 MINI 브랜드도 우리나라에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MINI는 차량 구독서비스 업체인 에피카를 통해 'ALL THE TIME MINI'를 선보였다. 멤버십 가입비와 구독료를 내고 원하는 MINI 차량을 선택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의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사진=현대차] |
이같은 구독 서비스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 최대 수요층으로 꼽히는 30대의 최근 3년간 구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대신 빌리거나 구독해서 쓰는 방식으로 차량 이용 패턴이 바뀌고 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장기렌트, 리스와 유사하기는 하나 다르다. 즉, 장기렌트나 리스는 한 차량을 장기간 써야하나 구독은 여러 차량을 쓸 수 있다. 이용 요금에선 구독이 비싸다. 하지만 위약금 등이 없고 서비스 이용과 취소가 편리하다는 점 등은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구매 전 여러 차량을 체험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부담없이 이용할 차량이 필요한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은 만큼 향후 추가 서비스 시행,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에게 구독 서비스는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잠재 고객의 자사 차량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사 브랜드 차량 체험이 향후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량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변하고 패러다임 전환되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테크나비오는 2022년까지 전 세계 차량 구독 시장의 연 성장률이 7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희근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동차 업체들은 구독 서비스 자체에서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가 나더라도 차량 판매 증진을 위한 경험 마케팅의 일환과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likey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