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과 인건비 상승, 수출항 병목현상, 교통체증 등 이미 포화상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바탐 등 대체지로 떠올라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의 인건비 상승, 규제 강화, 무역전쟁 등을 피해 인텔과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베트남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 베트남에 진입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베트남에서도 땅값과 인건비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수출항에서는 병목현상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도로에서는 교통 정체가 일상화되고, 제조업 생산능력도 가파르게 소진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베트남행 배를 놓쳤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베트남에서 1993년부터 가구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어니 코는 “요새는 베트남 어디에서나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는 차들로 가득 차 있어 교통 체증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지난 2년 간 수출항 병목현상도 굉장히 심해졌다. 예전과 달리 선박 출하를 하려면 2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만 컨설팅기관 에버윈서비스그룹의 호찌민시 담당자인 콩샹핑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난해만 해도 호찌민시 용지 가격이 평방미터당 60달러 수준이었는데 올해에는 100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과거 연간 5달러씩 오르던 땅값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무역전쟁 여파를 피해 베트남을 이전하려던 제조업체들이 무역전쟁 리스크가 완화되자 이전 계획을 보류했는데, 이제는 비싼 땅값에 이전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건비는 점차 상승하는데 숙련 인력은 점점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서 자리잡은 기업들이 이미 숙련 인력들을 모두 차지해, 이제 진입하려는 기업들은 외국어 능력과 기술을 갖춘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성만한 규모로 ‘제2의 중국’ 또는 ‘제이의 광둥’이라는 별칭에는 어울리지 않게 인프라 수준은 광둥성과 절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우선 베트남 전체 인구는 9550만명으로 광둥성의 1억430만명보다 적은 데다, 중국 여타 지역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유입할 여지가 많은 광둥성과 달리 근로자들을 추가로 유입할 여건이 마땅치 않다.
또한 중국에는 이미 고속열차가 8차선 선로를 달리는 등 첨단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인프라 구축이 아직 초기 단계다.
로펌 베이커맥킨지의 베트남 지부 대표인 프레드 버크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훌륭한 인프라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인프라를 기대했다가 베트남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광둥성과는 달리 제조업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셈이다. 이로 인해 베트남 대체지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바탐이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국으로 호주, 캐나다, 일본, 멕시코 등에 우선적 시장 접근권을 부여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바탐은 자유무역지구인 데다 싱가포르에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난해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페가트론은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바탐으로 이전했다. 미국 필립스도 바탐에 대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컨설팅기관 AC트레이드어드바이저리의 안젤리아 츄 창립자는 “베트남의 인프라 부족과 포화상태 우려에도 여전히 베트남 전망이 밝다”며 “베트남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고 CPTPP 가입국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베트남으로 몰리고 있으므로, 베트남에 진입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시내 전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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