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협정 통해 러 핵무기 제한하고 中 가입시키는 방안 구상"
"백악관, 뉴스타트 대체방안 마련 위해 부처간 밀도있는 논의중"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중국과 새로운 대규모 핵군축 협정을 맺는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국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중국과의 새로운 군축 협정을 추진하도록 행정부에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현 협정들로 제약을 받지 않는 러시아의 핵무기를 새 협정을 통해 제한하고, 이후 중국을 설득, 협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중국의 핵무기도 제한하고 중국의 핵역량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이행방법과 관련해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대통령의 방향은 우리가 러시아와 우리뿐 아니라 더 많은 무기를 아우르는 더욱 야망적인 군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을 반영하지 않는 군축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를 행정부로부터 추가로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와 '대규모 핵협정(grand nuclear deal)'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주요 외교적 성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CNN에 "대통령은 (핵) 군축(협정)에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 참여해야 하고, 모든 무기, 탄두, 미사일이 포함돼야 한다고 분명히 해왔다"면서 "우리는 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빨리 옵션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는 "어떤 행정부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어떤 행정부도 트럼프가 북한에 시도했던 것처럼 하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대통령(좌)과 트럼프 대통령(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CNN은 이를 위해 백악관이 2021년에 만료될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대체할 옵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부처간 밀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복수의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맺어 2011년 2월 발효된 협정으로, 양국이 배치된 전략 핵탄두 숫자를 1550개 이하로 감축하고, 지상·잠수함 기반 미사일과 핵탄두 탑재 가능 폭격기 등 운반 시스템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뿐만 아니라 양측에 매년 전략 핵기지에 대한 10차례 사찰을 허용하도록 요구하는 등 투명성을 담보하는 광범위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사찰은 제 3자가 시행하는 것이다.
뉴스타트는 협정에서 언급한 새 미사일이 제조 공장에서 나오기 48시간 전에 서로에 통지해야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되기 전에도 서로에 알려야한다.
또 양측은 배치된 전략 핵탄두, 운반차량, 발사대가 각 기지에 얼마나 많이,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 등 세부사항에 대한 자료도 교환해야 한다. 이 조약이 만료되면 이 모든 절차는 없어지게 된다.
뉴스타트는 2021년에 만료 예정이지만 미러 양측이 동의하면 5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를 '나쁜 거래'라고 주장하며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래 전부터 뉴스타트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CNN이 인용한 관리는 "뉴스타트는 러시아가 손쉽게 준수할 수 있는 부분적인 소형무기 만을 다룬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만 추진하는 계획일뿐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보다 보유 핵무기 규모가 작은 중국은 이들 국가와 군축 협정을 맺는 것을 꺼려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의원들에게 뉴스타트를 다시 쓰는 것과 관련해 대화가 시작됐다고 했지만 협상을 위한 시간표는 설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일부 군축 전문가는 볼턴 보좌관이 군축 협정들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다는 점을 언급,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의도는 뉴스타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군축비확산센터(CACNP)의 알렉산드라 벨 선임 정책실장은 "중국을 거론하는 이유는 뉴스타트를 연장할 의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군축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정 탈퇴와 러시아와 30년간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선언 등 미국이 국제사회와 어렵게 합의하고, 유지해온 군축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은 결정에 비춰봤을 때 새 핵군축 협정 체결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자신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