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폭언·갑질 및 청탁금지법 위반사실 적발
현지 교민은 해임 반대…"모든 외교관의 귀감"
김도현 "표적감사…자주파-동맹파 갈등 때문"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외교부가 김도현(52) 주베트남 대사에 대해 직원에 대한 폭언·갑질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한 가운데, 베트남 현지 교민들이 반발하고 김 대사 본인이 '표적감사'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친미파·김정은 관련 돌출발언으로 시끌
김도현 베트남 대사<사진=외교부> |
외교부는 지난달 18~22일 주베트남 대사관 정기감사에서 김 대사가 업무 추진 과정에서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강압적인 태도로 업무지시를 하는 등 '갑질'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베트남 현지 골프장 개장 행사에 배우자와 자녀들(3명)을 동반하고, 주최측으로부터 가족 모두의 항공권과 숙박비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나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외무고시 27회 출신으로 외교부에서 공직을 시작했으나 줄곧 외교부 안에서 갈등을 일으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베트남 대사로 임명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잘 된 것은 친미적인 외교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작년 12월에는 김 대사가 일부 기자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북한 당국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 사과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강경화 장관으로부터 서명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 대사는 지난 2004년 외교부를 뒤흔든 '동맹파 대 자주파' 사건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김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내 북미국 직원 중 일부가 사석에서 청와대 대미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을 투서한 장본인이다. 이 일로 발언 당사자는 보직 해임됐고, 당시 외교장관과 북미국장은 이후 경질됐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전경 [사진=외교부] |
◆ 현지교민은 해임 반대…"이런 외교관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김 대사는 외교부에서는 갈등을 빚지만 베트남 현지 교민들과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평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한인회를 비롯한 베트남 현지 교민들은 김 대사 중징계와 관련해 지난 22일 이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같은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했다.
교민들은 '신남방 정책, 김도현 특임대사 조기이임설에 대한 교민의 입장' 성명에서 "김도현 대사는 외교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지난 2018년 베트남당국의 비자 과잉 단속으로 우리 교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다낭을 방문해 교민들을 위로하고 다낭시장 및 중앙정부의 고위관계자와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또 중부지역 교민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총영사관 설립을 적극 추진해 올해 하반기 개설을 앞두고 있다"고 증언했다.
교민들은 그러면서 "외국에서 외교관 만나기가 대통령 만나기만큼 어렵다고 하는데, 김도현 대사만큼 발로 뛰며 교민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외교관을 본 적이 없다"며 "김도현 대사야말로 모든 외교관의 표상이요, 외교관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김도현 대사가 계속해서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로서 교민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봉사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실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국민영웅'인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사가 무슨 일로 징계를 받았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현지에 나와 있는 기업들과 얘기를 해보면 백이면 백 김 대사가 아주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하더라"고 말했다.
베트남 국기 [사진=블룸버그통신] |
◆ 친미파 갈등으로 표적감사 · 김정은 발언에 靑 찍어내기 설
김 대사 본인도 일부 잘못은 인정하지만 해임·경질 등의 중징계에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현재 "외교부의 의도적 부실감사"라며 "과거 자주파-동맹파 논란 등에 따른 표적 감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기감사가 아니라 내부 투서를 빌미로 한 표적감사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진행된 외교부 감사에서 직원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업무를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삼성전자 상무를 거친 그가 민간기업 스타일로 일한 탓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넘어갔다는 것이다.
외교부 내 주류를 이루는 친미파와의 갈등이 이번 부정청탁법 위반 사례를 빌미로 터져나왔다는 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김 대사의 '김정남 암살' 관련 발언으로 베트남과 북한 정부로부터 곤혹을 치르면서 김 대사가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한편 외교부는 김 대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김 대사에 대해 소환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후 징계 수위는 인사혁신처에서 결정되며 최종 결정은 강경화 장관이 내린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