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3년내 전사 시스템 클라우드로 전환 계획
IT인프라 탄탄하지만 클라우드 이용률은 OECD 하위권
범부처 서비스 도입 노력·규제 완화·기술력 확보 필요
[편집자] 3G, LTE에 이어 5세대(5G) 통신 시대가 시작됩니다. 사물과 인간이 촘촘히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초연결시대'가 구현되는 것입니다. LTE 보다 20배 빠른 네트워크 속도는 일상의 변화는 물론 인공지능·가상현실·자율주행·스마트홈 등 4차산업혁명을 완성하는 기반입니다. 뉴스핌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맞물려 5G란 무엇이며, 기업과 정부의 역할, 바뀌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등 총 50회에 걸친 '5G 빅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보통 기업들은 클라우드를 도입하려고 할 때 우리와 맞는지 맞지 않는지 고민하는데 대한항공은 그런 생각 대신 어떻게 하면 클라우드에 적용할 것인지,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한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밋 서울 2019’에서 김탁용 대한항공 차장은 대한항공의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전사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오는 2021년까지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전세계 대형 항공사로서도 최초 시도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영화, 사진, 음악 등 미디어 파일 문서 주소록 등 사용자의 콘텐츠를 자신의 PC 저장장치가 아닌 서버에 저장해 두고 스마트폰이나 각종 기기에서 다운로드 후 사용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가상 하드웨어를 단 몇 분 만에 구축하고 없앨 수 있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대한항공의 홈페이지, 화물 관리, 예약관리, 항공편 제어,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시스템이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된다. 중동 초대형 항공사의 물량공세 및 저가 항공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대한항공은 IT에 기반한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택한 것이다.
◆ 초고속 초저지연 5G, 클라우드 서비스와 궁합 맞아
클라우드 서비스가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주목 받고 있다. 초고속 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 환경과 클라우드 서비스는 궁합이 맞는다. 4G 후반기였던 지난 2016~2018년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벌어졌듯 5G의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 데이터 수용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성선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정책분석팀 수석은 “5G가 대중화되면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며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서울에, MS는 부산에, IBM은 판교에 각각 데이터센터(리전)를 세워 운영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라클도 올 상반기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오는 2020년 초엔 구글도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5년 ‘제1차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클라우드 산업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적극적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공기관 중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기관의 비중은 32.8%에 불과했다. ‘제1차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기본계획’에서 목표한 40%에 미달하는 수치다. 지난 2016년 기준 한국의 10인 이상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12.9%로 OECD 33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과기부 외 다른 부처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타 부처 소관인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공공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해 지난해 ‘제2차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기본계획’에선 범부처 협력을 통한 혁신 사례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2018 클라우드산업 실태조사 요약보고서' 중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 저해요인 [자료=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
◆ 문제는 규제...개인정보보호·보안 등 걸림돌
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술 자체의 이점이 많지만 아직 규제나 법이 발전하는 산업에 발맞추지 못해 다른 부처의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꼽는 규제 중 하나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규제다. 과기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2018년 클라우드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기업들의 47.8%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 저해요인으로 ‘보안’을 꼽았다.
금융 및 의료 분야에서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고객 정보가 포함된 자사 데이터를 맡겨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보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함부로 데이터를 넘길 수 없는 구조다. 20대 국회에서만 이와 관련해 2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소관위에 접수된 채 잠자고 있는 상태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기술력 확보도 관건이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을 글로벌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어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와 관련된 정부 조치도 미흡하지만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아직 국내기업의 기술력, 즉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기 전에 국내기업 내부적으로도 기술력 제고를 위해 많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