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당일 퀵 배송 시간 단축부터 사륜→이륜 등 방법도 다양해져
롯데·신세계 이커머스 시장 진입.."경쟁 더 치열해질 것"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 직장인 김 씨(38)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낮엔 대부분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주로 퇴근 이후 늦은 저녁이나 주말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하지만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직접 마트에 가는 대신 온라인 몰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출근하기 전에 상품을 받아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는 데다, 집 앞까지 배송을 해줘 무거운 물건을 직접 들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최근 이용 빈도가 크게 늘었다.
# 세종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씨(28)는 서울 출장이 잦다. 출장이 많다보니 짐을 싸는 일이 생기는데 종종 빠뜨리고 챙기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 그럴 때 이 씨는 사용하던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바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퀵배송 서비스를 신청한다. 업무를 보면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빠른 시간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 배송전쟁, 유통업계 전방위로 확산 중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발발했던 배송 경쟁이 업권 구분 없이 확대되는 추세다. ‘익일’에서 ‘당일’로 배송 시간이 짧아지는가 하면 배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업체들의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당일 배송을 경험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이용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이달(1~7일) 당일배송관 이용률이 전월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6% 늘었다. 이용 품목은 단연 신선식품이 첫 손에 꼽힌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당일배송관을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쌀, 육류, 과일 및 간편식품류(밥‧라면 등)가 판매 상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센터 [사진=신세계] |
당일 배송관은 G마켓과 옥션에서 마트, 슈퍼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15년 홈플러스와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9월 GS프레시와 롯데슈퍼를 새롭게 추가했다. 주소지에서 가까운 매장에서 배송이 나가며 원하는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다른 매장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도 모든 주문과 결제가 동시에 가능하며, 주문 시 배송일과 시간을 각각 선택할 수 있다. 홈플러스와 GS프레시, 롯데슈퍼를 통해 전국 95%지역에 당일배송이 가능하다. 단 옥션은 홈플러스만 당일 배송관을 운영 중이다.
뷰티앤라이프(H&B) 스토어인 올리브영은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3시간 퀵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회사 측은 서비스 도입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수익을 내려고 시작한 서비스는 아니다”면서도 “최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연내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광주, 대구 등 6대 광역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드림’이라 이름 붙여진 이 서비스는 올리브영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통합 물류센터가 아닌 고객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지까지 퀵으로 배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당일 배송을 받으려면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된다. 퀵배송 도입으로 오후에 주문해도 당일에 받을 수 있게 된 것. 전국 100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국내 배송경쟁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으로 새벽배송 첫 포문을 열었다. 마켓켈리를 필두로 2015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이외 GS 리테일이 운영하는 GS fresh는 2017년 7월 모바일 쇼핑몰로는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이마트는 ‘쓱배송 굿모닝’ ,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롯데프레시’ 등을 운영 중이며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지난해 7월 새벽배송 서비스인 ‘새벽식탁’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도 올들어 가정식 반찬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 1인가구 소량 신선식품 수요↑, 온오프라인 경쟁 심화
[사진=올리브영] |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데 사활을 거는 것은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량의 신선식품 구매 니즈가 커지면서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구매 빈도가 잦기 때문에 온라인 기업들이 잡으려는 시장 중 한 곳이다. 이 시장은 신선도가 곧 핵심 경쟁력이며, 이를 위한 촘촘한 배송망은 필수다.
최근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하면서 전방위적인 경쟁을 앞두고 있는 점도 유통업체들이 배송에 신경쓰는 이유다.
실제 신세계는 지난 1일 온라인 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을 공식 출범했다. 신세계는 온라인 통합법인의 올해 매출 목표로 3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롯데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해 ‘롯데쇼핑 이(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이커머스 부문 매출 2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현재 1곳에 불과한 온라인 전용배송센터를 12개로 늘린다는 중기 계획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1인 가구가 늘면서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커머스간 경쟁에서 나아가 온‧오프라인간 경쟁을 넘어서고 있다. 업체들은 배송 뿐만 아니라 가격과 품질에서도 무한경쟁 체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