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 정책에 기대 돈 잔치를 벌였던 미국 기업들이 부채 축소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5년 12월 첫 금리인상 이후 연방기금 금리를 2.25~2.50%까지 올린 데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작지 않은 데다 눈덩이 빚이 주가를 압박하자 대응에 나선 것.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지난해부터 신용시장 한파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월가의 투자자들은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에 반색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최근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생명공학 사업부를 다나허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GE가 밝힌 사업 매각의 핵심 배경은 부채 축소다. 210억달러를 웃도는 매각 대금으로 빚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식품업체 크래프트 하인즈 역시 배당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주환원에 투입되는 자금의 일부를 채무 상환에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에는 미 거대 통신사 AT&T의 랜달 스티븐슨 최고경영자가 2019년 경영 최대 목표로 부채 감축을 언급했다.
미국 간판급 기업들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움직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판단이다. 저금리를 앞세워 회사채를 발행, 고정자산 투자 이외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지급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기업들 자금 운용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얘기다.
채권은 물론이고 주식 투자자들도 반색하는 표정이다. GE가 사업 매각을 통한 부채 감축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강하게 뛴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리스크보다 고성장에 무게를 둔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선호하는 반면 채권 투자자들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청사진을 요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측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콜롬비아 트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톰 머피 투자등급 신용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의 이해가 일치하는 양상”이라며 “외형 확대만을 위한 무분별한 성장이 아니라 수익성이 보장되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재무건전성을 개선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시장의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대다수의 투자은행(IB)과 투자자들이 정크본드를 중심으로 신용시장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며 “기업의 부채 축소 움직임은 신용시장 한파를 일정 부분 진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규모는 10년 전 3조달러에서 최근 5조2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 회사채로, 1990년대 초 27%에서 두 배 가까이 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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