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나친 매파 기조가 경기 침체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던 월가가 이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뜻을 밝힌 한편 투자은행(IB) 업계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자 투자 심리가 급변한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사진=블룸버그] |
미 재무부의 물가연계채권(TIPS) 발행에서도 뭉칫돈이 유입,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각) 미 재무부는 21일 실시한 8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TIPS 발행에 강력한 매수세가 몰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뮤추얼펀드와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두드러졌다. 이들의 비중은 82%를 차지,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프라이머리 딜러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은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하는 단면이다.
30년 만기 TIPS의 수익률이 1.1% 내외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에서 움직이는 상황에 베팅이 몰렸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의미를 실었다.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미 국채 대비 TIPS 스프레드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연초 1.8% 아래로 떨어졌던 30년 만기 국채 대비 TIPS의 스프레드가 최근 1.95%까지 치솟은 것. 장기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위로 향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이외에 국제 유가 상승 흐름 및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리스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와 시카고 대학 부스 경영대학원(MBA)의 아미르 수피 교수, 리서츠 미시킨 연준 전 이사 등 3명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가 부스 MBA가 주최한 통화정책 포럼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필립스 곡선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때문에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예정된 연설에서 “미국 물가가 수년간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나치게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