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식부터 채권, 외환까지 올들어 전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마비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진전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파 기조에 따라 투자 심리가 지난해에 비해 한결 안정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경제 펀더멘털 측면의 리스크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악재가 불거질 경우 금융자산 가격의 널뛰기가 재연되는 한편 시장 방향이 급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13 내외에서 거래, 지난해 10월3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VIX는 지난주에만 10% 가까이 급락했고, 연초 이후 낙폭은 무려 47%에 달했다. 투자자들에게 현기증을 느끼게 했던 지난해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황은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집계하는 국채 변동성 지수(무브 인덱스)는 2월 들어서만 7% 하락했다. 글로벌 외환시장과 유가를 포함한 상품시장의 변동성 역시 아래로 향하고 있다.
연초 이후 두드러진 변동성 하락은 헤지펀드를 필두로 투기 거래자들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거래자들의 VIX 하락 베팅이 지난달 15일 1만2559계약에서 1월 말 4만4000계약으로 급증한 뒤 최근 3만6000건 선으로 주춤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기 침체 경고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앨리언 보콥차 글로벌 자산 배분 헤드는 투자 보고서에서 “12월 증시 폭락과 더불어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던 변동성이 불과 2개월 사이 숨을 죽이고 있다”며 “상황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가 예상하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최대 25%로 지난해 11월 15~20%에서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면전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하더라도 중국과 유럽의 실물경기 한파가 날로 수위를 더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미 기업경제협회(NABE)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의 침체를 점치는 경영인들이 42%에 달하고, 2021년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25%로 파악됐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크 키셀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호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반면 침체 리스크가 외면당했다”며 “시장 변동성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고, 리스크 노출을 축소하는 전략을 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