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화웨이 기소 이어 기술 절취 증거 확보 '총력'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주 미 법무부의 화웨이 기소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이 화웨이의 기술 절취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연구소를 급습하고 함정수사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FBI가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화웨이에 대한 함정수사를 실시했으며, 미국이 화웨이와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발표하던 지난달 28일에는 FBI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했다고 전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일리노이에 위치한 소규모 스타트업인 ‘아칸 반도체(Akhan semiconductor)’가 화웨이의 기술 절취 시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FBI에 먼저 접촉해왔으며, 수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FBI가 아칸 반도체 창업자인 아담 칸과 최고운영책임자(COO) 칼 셔보프를 영입해 지난달 CES에서 화웨이 임원과 만나도록 한 다음 함정수사를 진행했다.
아칸과 화웨이는 화웨이 엔지니어 엔젤 한이 먼저 아칸 측에 접촉해 2016년부터 협력 논의를 벌여 왔으며, 작년에는 화웨이가 아칸의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라스 샘플을 주문했다. 아칸 측에 따르면 미라지 다이아몬드는 업계 표준인 고릴라 글라스에 비해 강도가 6배가 세며, 스크래치 저항도 10배 넘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요청으로 지난 3월 아칸이 화웨이의 샌디에고 실험 시설로 미라지 샘플을 보냈는데, 문제는 화웨이가 60일 안에 샘플을 반환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아칸 측의 추후 이메일도 모두 무시하면서 시작됐다. 화웨이는 그 해 8월 샘플을 되돌려 보냈지만 절반이 깨진 상태였으며, 깨진 나머지 글라스 조각도 사라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칸 창업자는 화웨이가 자사 기술을 훔치려 했다고 판단해 FBI에 접촉했고, FBI는 양사가 주고 받은 이메일과 서류 등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작년 12월에는 FBI가 칸과 셔보프가 화웨이 엔지니어 엔젤 한과 주고 받은 통화 내용을 도청했으며, 이 때 엔젤 한은 해당 샘플을 중국에 보냈다고 인정했는데 매체는 이 부분이 화웨이가 미국의 국제무기교역규정(ITAR)을 위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이후에도 아칸의 고객이 되겠다는 뜻을 계속해서 내비쳤고, 엔젤 한과 아칸의 칸과 셔보프는 올 1월 CES 기간 중 만남을 가졌는데 이 때 FBI가 함정수사를 벌였다. 현장에 동행했던 블룸버그 기자는 엔젤 한과 화웨이 고위 공급 매니저가 화웨이의 ITAR 위반 사실을 모두 부인했으며, 그보다는 양사의 향후 협력 관계를 집중적으로 어필하려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함정수사 수 주 뒤 FBI는 화웨이의 샌디에이고 실험실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현재 아칸은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지난주 화웨이와 멍완저우 화웨이 CFO가 모두 기소된 상황에서 화웨이의 기술 도용을 두고 미 당국이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 진행 중인 양국 무역 협상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