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영국 의회의 15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부결에 따른 정국 혼란 속에 이른바 리스본 조약 50조의 연장이 점쳐지고 있다.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연기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2차 국민투표와 이에 따른 브렉시트 불발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부결 결과가 발표된 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반(反) 브렉시트 시위 속 한 친(親) 브렉시트 시위자가 배너를 들고 있다. 배너에는 ‘반역죄 메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영국 파운드화의 변동성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은 향후 1개월보다 6~9개월 이후 파운드화의 급등락에 대한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고 있다.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당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지도부 역시 영국이 요청할 경우 50조에 의한 브렉시트 발효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유럽 주요국 외교 관료들을 인용, EU가 브렉시트를 올해 하반기까지 대폭 늦추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연기 방안이 EU 내부적으로 최종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장담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가 주축이 된 불신임 투표에서 메이 총리가 재신임을 얻으면서 일단 조기 총선과 이에 따른 혼란의 여지가 차단된 셈이다.
메이 총리는 투표 후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치권과 회동하며 전날 합의안 부결에 따른 사태 수습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메이 총리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 옵션을 전며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동당 측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무질서한 EU 탈퇴를 의미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부터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앞으로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은 지난 2016년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2년7개월에 걸친 드라마가 허탈하게 막을 내리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BNP 파리바의 샘 린턴 브라운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파운드화 파생상품 거래는 브렉시트가 연기되는 수순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은 더 나아가 2차 국민투표와 영국의 EU 탈퇴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열어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와 바클레이즈는 전날 영국 의회의 합의안 부결 이후 파운드화 거래가 급증, 상황을 주시하던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은 52%로, 반대 48%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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