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RFA), 北 소식통 인용 보도
北 주민들, 金부자 동상에 조화...당 간부들에겐 명품
현지 소식통 “사회동원‧직장 배치 때문에 뇌물 바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주민들이 새해 가장 중요한 행사였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대한 헌화보다도 당 간부나 기업 책임자들에 대한 세배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주장이 4일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에 대한 새해 헌화는 이제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해버렸고 대신 당 간부, 기업 책임자들에게 하는 세배가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거리에서 김일성(왼쪽)과 김정일의 초상이 포착됐다. |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주민들이 김 부자의 동상에는 대충 조화를 바치면서 ‘하는 척’만 하면서도 당 간부나 기업 책임자들에게 세배를 갈 때는 고가의 선물을 준비하는 등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주민들은 일부러 새벽에 값싼 조화를 사서 김 부자 동상에 대한 헌화 증정 행사를 마무리한다”며 “날이 밝으면 꽃의 종류, 주민들의 옷차림 등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반면 당 간부, 기업소 책임자들에게는 고가 선물을 마련해 세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동원이나 직장 배치문제 때문”이라며 “연초에 각 기관과 단위에서 그 해에 진행될 건설, 사회 지원 대상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뇌물을 바치며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청진시의 한 외화벌이업체 종업원들은 간부들에게 바칠 설 선물을 미리 준비하려고 중국으로 출국하는 무역일꾼들에게 선물 구입을 부탁하기까지 했다”며 “일부 종업원들은 간부들의 가족 구성원 등 개인 정보를 파악해 많게는 수천 위안을 호가하는 전자제품 등을 선물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북한 평양 시민들이 '김일성광장'에서 설맞이축하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조선신보] |
한편 이날 RFA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당국이 새해 개최했던 조명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시의 한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이 양력 설(새해)을 전후해 유경호텔에서 조명쇼를 펼쳤는데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상당하다”며 “주민들은 ‘전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체제선전에는 막대한 전력을 쏟아 붓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양강도의 다른 소식통은 “지방의 주민들은 명절 때도 전기가 부족해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요란한 조명쇼를 벌릴 전기가 있으면 명절날만이라도 지방의 주민들에게 전기를 제대로 공급해주는 게 당국이 할 일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