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군용기 통보없이 KADIZ 3차례 진입…韓공군 전투기 대응 출격
정부, 中무관·공사참사관 초치…"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항의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정부는 27일 중국 군용기 1대가 세차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진입했다가 이탈하는 일이 발생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 측에 강도높게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1분께 중국 국적의 군용기 1대가 제주도 서북방에서 KADIZ로 최초로 진입해 비행하다 30분만에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다.
이후 중국 군용기는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측으로 비행하다 오전 11시 54분께 포항 동남아 약 36마일(66㎞)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중국 군용기는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강릉 동방 약 46마일(85㎞)까지 이동했다. 이어 낮 12시 27분께 남쪽으로 선회해 진입한 경로를 따라 오후 3시께 KADIZ를 최종 이탈했다.
한국 공군의 F-15K 블랙이글.[사진=공군] |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미식별 항적을 조기 식별해 영공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별 임의적으로 설정한 구역이다. 이어도 주변은 한국, 일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구역으로 진입과 관련국의 대응 출격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의 이번 KADIZ 진입 간 대한민국 영공침범은 없었다. 그러나 중국 군용기의 진입에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등 10여대의 전투기를 대응 출격시켰다. 참고로 대응 출격 작전을 진행할 시, 전투기 1대당 약 300만원의 비용이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참 관계자는 "군은 제주도 서북방 지역에서 미상항적 포착 시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했다"며 "추적 및 감시비행과 경고방송 등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을 발표한 것은 올해만 여덟 번째다. 영공 침입은 없었지만 군사적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행위에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군과 미국군들.[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날 '초치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고 중국 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먼저 박철균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20분 간, 저우위밍(周育明) 중국 공군무관을 초치해 KADIZ 진입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 차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 우리 영해에 근접해 민감한 지역을 장시간 비행한 데 대해 "정부와 국민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중국 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향후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중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양국 해·공군 간 직통전화 실무회의 개최 및 직통망 추가 설치 등을 포함한 관련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청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 국장도 같은 날 주한 중국대사관공사참사관(공관 차석)을 초치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에 대해 국방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