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차 판매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전세계 메이저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투자를 대폭 확대한 시기와 중국 자동차 시장의 하강 기류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신축한 생산라인을 폐기할 수도, 투자를 추가로 단행해 공장을 가동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
미국의 포드 자동차와 프랑스 푸조, 한국 현대자동차 등 비즈니스 확장 시기를 오판한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출용 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중국 현지 생산라인이 개점 휴업 상태라고 보도했다.
관련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확대했지만 지난 30년간 멈추지 않는 성장을 기록했던 중국 자동차 시장은 11월 기준 5개월 연속 판매 감소를 기록, 눈덩이 손실이 발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푸조의 중국 현지 공장의 숙련된 근로자들은 바닥 청소와 벽면 페인트 칠로 근무 시간을 채우고 있고, 포드의 직원들은 일거리가 없어 근무 일수가 크게 줄었다.
시장 한파를 예측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자동차 업체들은 패닉에 빠졌다.
UBS의 폴 공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되돌아보면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누구도 중국 차 시장의 반전과 시장점유율 감소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2016년까지만 해도 연간 14%에 달하는 성장을 기록했다. 각국 메이저들이 앞다퉈 외형 확장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차 판매가 3%에 그쳤고 올해 1~11월에는 2% 감소하는 등 상황이 급변했고, 심각한 설비 과잉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된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중국 국내외 자동차 업체의 생산라인은 4300만대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외형 확장을 이뤘지만 올해 생산 규모는 2900만대를 밑도는 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에 따른 파장이 시차를 두고 본격화, 중국 실물경기가 꺾이는 데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내년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가 중국 판매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도 시장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올해 스즈키 모터는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실적 악화와 현금 소진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설비 과잉 문제로 고전하는 그 밖에 글로벌 메이저들도 궁극적으로 이와 흡사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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