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고강도 액션의 주인공은 러닝타임 내내 짧은 치마에 하이힐 차림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수많은 남성에게 희롱, 강간당한다. 불쾌하고 불편하다.
영화 ‘언니’가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언니’는 사라진 동생 은혜의 흔적을 찾아갈수록 점점 폭발하는 전직 경호원 인애의 복수를 그린 액션물. 임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언니'를 연출한 임경택 감독 [사진=뉴스핌DB] |
임 감독은 이날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표현의 수준, 방식을 최대한 부드럽게 상업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반박하며 “짧은 치마, 붉은색이 초반과 후반에 다르게 보일 거다. 초반에는 여성성, 피해자로 표현됐다. 여성을 바라보는 기존의, 잘못된 시각이다. 중,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그걸 부셔나가길 바랐다. 강함, 깨트림, 저항 등으로 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 강제 추행 소재를 두고는 “과거 한 동네에서 정신지체가 있는 여학생을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납치, 성폭행한 사건이 존재했다. 그 사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없었던 일을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사실에서 최소한의 정보를 가져와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5년 전에만 나와도 제가 이런 질문을 받진 않았을 거다. 지금 이 불편함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도 있다”며 “더 선정적으로 강하게도 보여줄 수 있었다. 표현 방식 자체는 많이 유연하게 노력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언니’만의 강점도 있다. 이시영의 액션 연기다. 타이틀롤 인애 역을 맡은 이시영은 액션의 99%를 대역, CG, 와이어 없이 직접 소화했다. 복싱 국가대표 출신답게 완벽하다.
이시영은 “감독님, 무술 감독님이 원하는 건 리얼한 액션, 풀샷이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대역 없이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대역이 도와줘야 더 자연스럽고 퀄리티도 높으니까 걱정도 컸다. 그래서 제가 되레 괜찮겠냐고 여쭸고 직접 하게 됐다. 물론 전체적인 액션 호흡을 가져가는 건 부담이었지만, 배우로서 하기 힘든 경험이라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에서 다수의 남자를 상대해서 설득력이 가장 중요했다. 감독님께서 복싱보다 주짓수를 추천해주셨다. 여자가 남자를 제압할 방법으로 그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3개월 정도 배웠다.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 또 화려한 무기나 현란한 액션 대신 하나하나 절박하게 헤쳐나가는 분노가 보이길 원했고 그렇게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영화 '언니'에서 자매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시영(왼쪽)과 박세완 [사진=뉴스핌DB] |
이시영이 액션 연기로 고된 시간을 보냈다면, 이시영과 자매 호흡을 맞춘 은혜 역의 박세완은 감정 연기로 또 다른 고충을 겪었다.
박세원은 “상처가 많은 친구라 저도 처음에 조심스러웠다. 제가 정말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매 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가며 접점을 찾았다. 연기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여러 사건을 겪는 캐릭터라 감정적인 신이 많았다. 실제 삶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이시영은 “감독님 말씀대로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다. 저 역시 일련의 일들을 찾아보면서 현실에서는 어떤 공권력의 도움도, 가해자의 사과도 못받고 피해자만 남고 끝나더라”며 “‘이들을 응징할 수 있다면?’에서 시작된 영화다. 그 감정의 큰 덩어리를 가지고 본다면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언니’는 1월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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