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의무부여 등 관리 체계 확보해 투명성·신뢰 구축 필요
"암호화폐 없어지지 않으니 적절한 규제 방안 내놓아야"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고, 하드포크에도 암화화폐 시장의 미래는 밝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의 무한한 성장을 믿는다. 이미 없앨 수 없는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암화화폐는 국경을 넘은 기부나 차관 유치 등 쓰임새의 폭이 넓다. 가격이 떨어져도 해외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들어올 준비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국가 시스템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등이 있는 국가에서 분산원장 기능 등 금융망으로서는 더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암호화폐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스트리미는 법원 판결을 통해 압수한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거래소가 이미 월렛(지갑)을 관리하는 등 예탁원 기능을 해왔던 부분에 착안했다. 돈세탁 연루 자금 문제 등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 대표는 거래소가 예치원 기능을 하기 위해 자산 위탁 운용 표준을 마련하는 등 정부 감독 안에 들어가면 화폐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암호화폐도 가격 사이클이 있는만큼 적절히 관리할 체계가 있어야 시장에 주는 충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 /이형석 기자 leehs@ |
이 대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앞으로도 변동이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2020년 5월에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줄어들어 희소성이 올라가는 반면, 코인 하드포크(분리)처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계속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지식 수준을 높이고 시스템은 불확실성을 줄여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닥을 향하는 과정에서 사이비 프로젝트가 정리되기도 할 겁니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매개체라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잘 활용해 모두에게 이롭게 하는데 쓰일 방법을 찾고 싶어요."
◆ "가장 시급한 것은 거래소 제도화"...투명성과 신뢰 구축 목표
이 대표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국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일이다. 핵심 가치인 투명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맞는 규정을 도입하고 투명한 자료 공개를 통해 과세방안을 모색하는 식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미 자산군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제일 큰 파생상품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취급하고 비트 라이센스 같은 브로커 라이센스도 등장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암호화폐가 한번 제도권 아래로 들어오기만 하면 정당이나 민주주의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발전한 것처럼 성숙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고팍스 거래소 차원에서도 기존 질서와 융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코인을 상장할 때도 독립된 상장위원회를 구성한다. 지배구조 등을 분석하고 소명이 된 경우만 승인하는 식이다. 다른 금융상품보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상황을 교정해줘야 시장 자정작용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기존 정부의 규제에 대해 업계에서 불만이 많지만 이 대표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전통적 가치에 맞춘 규제 자체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시장의 플레이어가 노력해 국가의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도록 도와 기존 질서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믿는다.
"사실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받기에는 덜 발전된 국가가 쉽습니다. 현실 세계 규정이랑 접점이 적으니까요. 그렇지만 한국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제도권화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겁니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와 홍콩 사모투자 회사에서 일했다. 개방형 블록체인이 금융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5년 스트리미를 설립해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고 있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