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하면 러시아도 똑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러시아도 핵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조약의 합의 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무기 개발을 원해 핑계를 대고 있다고 응수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BS 뉴스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제 우리의 파트너 미국이 상황이 많이 변해 그러한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면서 “우리의 대응은 간단하다. 이 경우 우리도 이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미국과 똑같이 INF 조약에서 탈퇴하고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다. 1987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INF 조약에 따르면 조약에 참여한 당사국은 사정거리 300~3400마일(480~5500㎞)의 지상 발사 및 크루즈 미사일을 생산·실험·보유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같은 반응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INF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60일 내 이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나왔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1987년 맺은 INF 조약의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가 위반을 인정하고 이것을 다시 준수해야만 INF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 측의 위반에 대한 증거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새로운 무기를 연구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INF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올해 미 의회가 이 같은 미사일의 연구·개발에 예산을 배정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것은 조용하게 진행됐고 그들은 우리가 이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그러나 이 같은 미사일 개발은 이미 미 국방부에 예산에 있었고 그 이후 조약 탈퇴를 공식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 조약의 파기에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INF 조약이 유럽 안보의 주춧돌이라고 언급하며 미국과 러시아가 이 조약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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