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고의 분식, 검찰 고발ㆍ대표이사 해임권고 의결
삼성바이오 거래정지, 상장폐지 실질심사 예정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1년7개월여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논란이 결국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났다.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난 31일 금융감독원이 재감리 1차 회의에 제시한 ‘내부문건’ 자료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경 기자회견을 통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해 2012년과 2013년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과실', 2014년은 '중과실', 2015년은 '고의'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와 함께 회계처리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중과실 위반으로 결론을 내고 과징금 1억7000만원, 당해회사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5억원 초과) 및 공인회계사 직무정지는 자본시장법 및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 같은 증선위의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은 금감원이 지난 1차 재감리 회의에서 제시한 내부문건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 작성한 것으로 삼성바이오가 ‘의도’를 갖고 2015년말 회계기준을 변경했음을 드러내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금감원이 추가 조사 내용 및 증거자료로 제출된 회사 내부문건이 증선위 논의 시 아주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라며 “내부 문건에 대해서는 회사에서도 진위여부 별다른 이의제기 없어 매우 면밀히 검토됐다”라고 말했다.
증선위는 내부문건 분석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전 연도(2014년 등)에도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함을 2015년에 인지한 상태였음에도 ‘콜옵션의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한 상태에서 이에 맞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불능 의견을 유도했고, 이를 근거로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증선위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매매거래 정지됐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를 판단하기 위한 실질심사에 들어가게 됐다.
김 부위원장은 "상장폐지 여부를 예단하진 못한다. 다만 거래소가 기업의 계속성 성장성 투자자보호 등 종합 고려해 상장실질심사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참고로 2009년 거래소에서 상장적격성 심사 도입 이후 실질심사 대상인 16개 회사 중 최근까지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업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감리에 대해서는 “삼성물산의 재무제표를 살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2015년 회계연도에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회계장부에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이 회사 지분가치가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된 영향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지난 6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을 '고의 분식회계'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직후인 2012~2014년 회계처리에 대한 타당성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했고, 지난달 19일 재감리 결과를 증선위에 제출해 지난달 31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