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거리제한 자율규약은 경성담합 행위에 해당"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 업계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추진해 온 80m 출점제한 자율규약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리 제한을 명시한 자율규약안이 경성담합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시선은 오는 25일 종합국정감사로 쏠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은 이날 BGF리테일 영업개발부문장인 서유승 상무를 증인으로 신청해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편의점 근접출점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할 예정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공정위 측에 심사를 요청한 자율규약안은 전(全) 브랜드 간에 8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근접출점을 제한해 위기에 몰린 가맹점에 일정 매출을 보장하겠다는 자구책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에 따르면 편의점 5사의 가맹점 수는 최근 3년간 1만3212개나 늘어났다.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3.3% 감소했다. 올해 들어 폐업한 점포만 2000개에 육박한다.
야간 영업 중인 세븐일레븐 가맹점[사진=뉴스핌] |
그러나 심사 권한을 가진 공정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담합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한편협 측에 전달했다.
공정위 가맹거래과 관계자는 “거리 제한의 경우 과거에도 담합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적이 있는 만큼, 부작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현실적이고 유효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재 자율규약안에 대해 업계와 대안을 검토하고 조율 과정에 있는 상황”고 말했다.
동일 업종의 근접출점 규제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독과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우려다.
실제 편의점업계는 지난 1994년에도 이 같은 내용의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한 바 있지만, 2000년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고 폐기한 바 있다. 현재는 동일 브랜드의 250m 출점 제한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정위의 판단으로 편의점 업계의 수심은 깊어지고 있다. 가맹본사의 무리한 출점 경쟁이 가맹점주의 생존권 위협의 원흉이라며 집중포화를 받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협 관계자는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서라도 근접출점을 막아야 한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거리 제한을 명시한 자율규약이 담합 소지가 있어 논의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며 “대안책 마련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8.10.15 yooksa@newspim.com |
이에 오는 25일 종합국감에서 근접출점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는 BGF리테일 서유승 영업개발부문장은 현장에서 영업·출점 등을 총괄하는 실무자다.
제윤경 의원을 포함한 정무위 상임위원들은 이날 서 부문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편의점 업계의 근접출점 방지·최저수익보장제 등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15일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서 편의점 가맹점주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고 영업 환경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업무현황을 보고했다.
편의점 시장의 애로 해소를 위해 개점·운영·폐점 단계를 망라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업계와 적극 협력하여 자율규약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운영단계에서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만큼, 과도한 근접출점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거리제한 명시를 통해 근접 출점을 방지하겠다는 방안은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업계 실무자와 소관부처 결정권자가 한 자리에 서는 종합국감에서 의미있는 대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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