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진영과 러시아 사이의 ‘사이버 전쟁’과 이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4일(현지시간) 국제기구와 기업 등을 조직적으로 해킹해온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대응조치와 경고 발언을 쏟아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과 네덜란드는 이날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정보총국(GRU) 소속 요원들이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안크 베일레벨트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지난 4월 13일 OPCW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으며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OPCW의 무선망에 접근하려 했다"고 밝혔다. 베일레벨트 장관은 이들이 GRU 소속 요원들로 밝혀졌다며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이들 정보요원들은 OPCW 인근 호텔에서 체포됐으며 추방조치됐다고 밝혔다.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본부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체포된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해킹을 시도할 당시 OPCW는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간첩 스크리팔 부녀 독살 시도 사건에 사용된 ‘노비촉’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와 관련, 러시아가 ‘글로벌 사이버 공격’을 자행해왔다고 주장한 뒤 “러시아 정부는 이같은 불량 국가 행위를 중단해야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해킹 시도는) 유엔의 위임 아래 전 세계적으로 (화학) 무기를 없애기 위해 일하는 OPCW의 목적을 모욕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국 법무부도 해킹 및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금융사기 혐의 등으로 GRU 관련 인물 7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이들 중 4명은 네덜란드에 의해 추방된 인물들이고, 나머지 3명은 지난 7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의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해서 기소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들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회사인 웨스팅하우스 등에 대한 해킹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이후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와 영국이 (사이버 공격에) 누가 관여했는 지 보여주는 100% 정확한 증거를 확인했다”면서 “러시아는 응분의 설명과 함께 대가를 치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성 대변인은 이와관련, “이같은 주장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빚어낸 악마적인 향수와 같은 주장들”이라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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