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전망 잿빛, 유럽 기업들 회사채 발행 보류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을 필두로 유럽과 아시아까지 주요국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자 2차적인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9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가 호조를 이루며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를 부추길 경우 금리 추가 상승과 신흥국 금융자산의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라는 경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미국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 급등은 글로벌 국채시장 전반에 파란을 일으켰다.
4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전날 10년물 고점 3.19%를 기준으로 수익률 상승 폭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금리는 도미노 상승을 연출했다. 영국 10년물 수익률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 고점을 뚫었고, 일본 10년물 역시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필리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오르는 등 신흥국 금리도 덩달아 치솟았다.
월가 투자자들은 금리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중립금리까지 갈 길이 멀다고 언급, 추가 긴축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진 데다 경제 지표 호조 역시 국채 ‘팔자’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 금리 상승은 유럽으로 확산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미국 충격에 0.5% 선을 밟은 독일 10년물 국채가 0.65%까지 오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 역시 유럽 전반의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미국발 금리 상승이 달러화를 끌어올리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을 강타하는 패턴이 재연될 여지가 높다는 데 있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미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모간 스탠리는 금리 상승에 따른 신흥국 충격을 경고하고, 특히 남아공 랜드화가 현 수준에서 6%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랜드화는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을 빌미로 2%에 이르는 급락을 연출했다. 올들어 해외 투자자들의 남아공 채권 매도 물량은 38억달러에 달했고,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화 급락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달러화 매도를 통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애널리스트를 인용, 중국 인민은행(PBOC) 역시 금융시장 휴장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화 환율이 수년래 치저치로 밀린 만큼 정책자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금시장도 미국발 금리 상승에 한파를 냈다. 금리가 뛴 한편 채권시장 변동성이 동반 상승한 데 따라 기업의 채권 발행 연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복스은행이 1억7000만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고, 앞서 전자결제 시스템 업체 인제니코 그룹과 프랑스 대출업체 마이머니 뱅크 역시 회사채 발행 계획이 좌절됐다.
한편 최고치 랠리를 연출했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이날 장중 300포인트 급락, 금리 충격을 빗겨가지 못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