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구축비 막대…은행보다 경쟁력 있을지도 미지수"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정부가 외환업무 규제를 풀어 카드사도 내년부터 소액 해외송금업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카드업계는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장경쟁 격화, 시스템 구축비 등을 들어 활성화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먹기엔 부족하고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같다는 얘기다.
[사진=기획재정부] |
정부가 발표한 '외환제도 및 감독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중 카드사에 소액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해외송금 액수는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달러다.
현재 해외송금업은 은행, 소액 해외송금 업체만 할 수 있다. 앞서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인 현대카드, KB국민카드는 각각 신한은행, KB국민은행과 위탁계약을 맺어 사업을 전개했다. 내년부터는 카드사도 시중은행과 제휴를 하지 않아도 직접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게 되는거다.
하지만 이번 해외송금업 규제 완화를 두고 정작 카드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28일 "규제를 한꺼풀 벗겨줬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외환업무에서 은행보다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외송금은 비용 대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송금업을 직접 하려면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전문업체가 아닌 카드사로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프라를 갖추는 것보다 인프라가 갖춰진 은행과 손잡는 것이 효율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해외송금은 국내 금융회사→중개은행→수취은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카드사는 시스템 구축 외에도, 국내에서 해외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활용하는 국제망(스위프트, 유니온페이 등)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다 해외송금을 하면 자금세탁방지 규제, 감독이 강화돼 정밀한 시스템도 갖춰야한다.
결국 카드사들은 부수업무보다 본업인 신용판매 영업환경 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잇단 수수료 인하로 본업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이거라도 해보라고 열어준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회원 서비스 강화용이지 수익성에 도움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해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조정,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냈다. 카드사들이 추산한 수익 감소분은 연 3500억원이다. 올 7월 말부터는 편의점·슈퍼마켓 등 소액결제가 많은 21만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0.2%가량 낮췄다. 내년부터는 영세·중소 온라인판매업자의 수수료도 낮출 예정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작업 결과도 우려가 크다. 카드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또 한번의 수수료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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