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야 합의 '기대 이상'…靑 "사실상 불가침 합의서"
군사분계선 5km 내 포병 사격·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서해서 함포사격 전면 금지, 내달까지 JSA 지뢰 제거
[평양·서울=뉴스핌] 평양공동취재단·노민호 기자 =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부속 합의서 등이 군사적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여서다.
합의서에는 육(내륙)·해(마다)·공(하늘)에 완충 구역을 설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사실상 '불가침 합의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불가침 합의는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원칙을 세웠다는 뜻이다. 이른바 양국간 불가침 합의를 체결할 경우 서로 전쟁을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는 의미가 된다.
정전상태가 65년간 지속돼온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종전선언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전쟁 종식 상태를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2018.09.19 |
◆ 정전 65년, 무력충돌 '리스크' 종식시킨 합의안 내용
남북은 이날 합의를 통해 육상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5㎞ 내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일촉즉발 긴장감이 감돌았던 유전선 일대 10㎞ 폭의 완충지대가 형성된다.
해상에서도 80㎞의 완충지대가 형성된다.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로부터 북측 통천까지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이 중단된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인해 서해 5도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북측의 함포 사격 등에 항상 가슴 졸이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앞으로 서해지역내 남북 간 함포 사격 포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상적인 경계작전 및 어로 보호조치 등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서해에서 발생 가능한 위협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남북은 향후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든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평화수역의 맹점은 구역 확정”이라며 “(향후 합의할 내용을) 합의서에 담은 것은 합의 이행을 위한 강력한 이행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하늘에서의 공중 완충구역도 설정키로 했다.
세부적으로 고정익(동체에 날개가 고정되어 있는 비행체) 기체는 MDL 기준 동부 40㎞, 서부 20㎞ 구간에서 비행이 금지된다.
회전익(회전하는 날개에 의하여 비행)의 경우 MDL 기준 10㎞, 항공기와 무인기는 동부 15㎞, 서부10㎞ 구간, 기구는 25㎞ 구간을 비행할 수 없다. 민간여행기 운항 및 산불 진화, 환자수송 등은 예외다.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철수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남북은 DMZ 1㎞ 이내 11개 GP를 올 연말까지 철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모든 GP는 단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악수하고 있다. 2018.09.19 |
◆ 남북 군사 대결의 최전선 JSA, 다음달 지뢰 제거 끝내고 비무장화 완료
남북은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우발적 무력충돌도 상호 방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상과 해상에서는 '경고방송→ 2차 경고방송 →경고사격 → 2차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5단계 절차를 적용키로 했다.
공중에서는 경고 교신 및 신호 →차단 비행 →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4단계 절차를 적용한다.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도 본격화된다. 남북은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음달부터 20일간 지뢰 제거를 시작, 1개월 내 비무장화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의문에 유엔사라는 언어를 받아내기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며 “사전에 미국과 협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합의문은 남북정상이 직접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라며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만큼 이행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그러면서 “양보를 해서라도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컷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교환을 지켜보고 있다. 2018.09.19 |
◆ 일각선 "영상정보 공중수집장비 무력화할 수도" 우려...北, 이행 여부 신중히 살펴야
일각에선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이번 합의 중 공중 부분의 내용이 눈에 띈다”며 “우리의 영상정보 공중 수집 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군사 전문가는 “그동안 남북 간 군사충돌은 북한의 도발에 의해 촉발됐던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으면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 것인데, 남한은 북한을 침략하거나 공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그동안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 부속합의서 등 남북 간 맺은 군사합의서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청와대가 이행 의지가 높다고 분석하는 것처럼 북한이 이행을 잘 할지는 향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