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러시아군이 미국 F-15 전투기 두 대가 지난 8일(현지시각) 시리아 데이르에조르주(州)에 백린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TASS) 리아노보스티통신(RIA)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이같이 밝혔다고 다음 날 보도했다.
'인류 최악의 비핵무기'라고도 불리는 백린탄은 인으로 만든 발화용 폭탄으로 폭발 시 독성이 강한 연기와 강한 열을 내뿜는다. 극도의 발화성을 가지고 있어, 인체에 끔찍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까닭에 조명·연막탄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
이들리브 어린이가 땅굴을 방공호 삼아 피신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군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르에조르주에 있는 마을 하진을 타깃으로 공습을 단행했다. 하진은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최후 거점 지역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이번 공습으로 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직 사상자에 관한 정보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전투기가 백린탄을 투하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대변인 션 로버트슨 사령관은 "현재 우리는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그 지역 내 어느 부대도 백린탄 혹은 비슷한 종류의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인권단체들은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규탄해왔다. 국제사회의 이런 의혹과 비난에 지난해 6월 연합군 대변인 라이언 딜런 대령은 IS 격퇴전에서 백린탄을 사용한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당시 대변인은 "무력분쟁법에 따라 백린탄을 연막(screening) 용도로 사용했으며, 민간인 피해 가능성도 철저하게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반군의 최후 거점 지역인 이들리브주에 화학 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미국과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일 이란의 테헤란에서 시리아 사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러시아·이란·터키 3자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휴전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휴전 합의가 불발된 후 러시아와 시리아군은 이들리브주와 하마주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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