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시리아 내전이 7년 간의 끔찍한 폭력 사태 끝에 북서부 이들리브를 마지막 격전지로 남겨두고 있다. 시리아 반군이 패전에 패전을 거듭하면서 마지막 안전지대인 이들리브까지 몰려, 이 곳에서 정부군의 대학살이 자행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현재 이들리브에는 정부에 반대하는 반군과 주민 300만명 가량이 모여 있다. 반군이 장악했던 지역을 하나둘 잃을 때마다 정부군을 피해 모두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물결이 수십년 간 이어온 아사드 일족의 통치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촉발시키면서 시작됐다. 한때 반군이 시리아 대도시와 수도 다마스커스 인근 지역을 대부분 장악한 적도 있으나,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가 공습을 퍼부으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해에만 정부군은 다마스커스, 홈스, 다라, 쿠네이트라 등 오랫동안 반군의 거점이었던 4개 주와 도시에서 반군을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반군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포격을 일삼던 정부군도 민간인 수만명에게 정부군에 항복과 이들리브행 버스 탑승 중 선택하라며 이들리브 만큼은 반군의 퇴로로 유보해 뒀고, 이들리브는 반군을 후원해 온 터키와 국경을 마주대고 있어 정부군에 쫓겨 온 이들에게는 마지막 안전지대로 통한다. 러시아와 이란, 터키 등 시리아 내전에 관여한 3개국은 이들리브를 평화지대로 선정하기도 했다.
시리아 이들리브 난민촌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마지막 전의를 불태우며 이들리브를 재탈환하기 위해 착착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도 지중해에서 함대 훈련을 하며 정부군 지원 사격 준비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동맹인 시리아 정부군이 이들리브 전투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했다.
유엔 조사단은 2017년 4월 이들리브 마을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공격 등 몇 차례의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목하고 있다.
이 사린가스 공격을 계기로 미국·프랑스·영국 연합군이 정부군이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2013년 8월에 다마스커스 인근 교외 지역인 구타에서 사린가스 공격으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도 정부군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2013년 구타 공격 후 미국과 러시아와의 합의에 따라 화학무기를 모두 처분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는 미국이 정부군에 대한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반군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조작하거나 화학 공격에 나서도록 반군을 부추기고 있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한편 유엔은 이들리브 전투가 ‘인도주의적 대재앙’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반군에 우호적이던 터키도 내부 경제적 문제로 난민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추세다. 이들리브에 모여든 민간인들은 그야말로 앞으로는 정부군, 뒤로는 터키 국경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서 최대 전력을 가다듬고 있는 정부군과 러시아의 공격을 받게 됐다.
이들리브에서 전투가 발생한다면 과거와 같은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러시아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수 차례의 대대적인 공습을 퍼붓고, 정부군이 마을과 도시를 샅샅이 수색하며 민간인들이 항복하게끔 하거나 항복하지 않으면 물자 통로를 차단해 굶어죽게 하는 것이다.
이들리브의 반군은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라는 조직이 이끌고 있다.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어 시리아 정부가 테러리스트라 지목한 이들은 반군 중에서도 강경파에 속해 정부군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결사 항전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인의 희생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 이란, 터키 정상들이 오는 7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이들리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이 이들리브에서의 ‘대학살’을 막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 이들리브 난민촌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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