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글로벌 경제는 또 한 차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신흥국 자산의 급락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유럽과 미국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고, 꼬리를 무는 신흥국 혼란이 지구촌 경제를 침체로 몰아 갈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문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이른바 ‘출구전략’을 본격화, 금융위기 당시 정책 기조의 종료를 선언했지만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은 또 한 차례 경고음을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리먼 파산 후 10년 사이 전개된 실상을 통해 제시했다.
먼저, 부채 규모다.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통째로 흔들었던 10년 전 위기를 통해 과도한 부채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레버리지는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부채 규모는 GDP의 217%에 달했다. 이는 2007년에 비해 4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은행 규모다. 리먼 파산과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은 금융권의 구조적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대형 은행은 오히려 몸집을 더욱 확대했다. 미국 상위 5개 은행의 자산은 전체 금융권의 47%로, 2007년 44%보다 높아졌다.
상위 1%의 뮤추얼 펀드가 전체 펀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했다. 대마불사 리스크를 척결한다는 정책의 성과가 의문시되는 가운데 친기업과 친시장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에 나섰다.
또 한 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10년 전 위기의 진원지였던 월가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다. 지구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았던 위기는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와 각종 합성 증권이 원흉이 된 것으로, 말 그대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였다.
하지만 미국 금융권의 세력은 꺾이지 않았다. 자기자본이익률과 주가 상승률, 기업 인수합병(M&A)과 증권 발행 등 각종 딜을 근간으로 볼 때 미국 투자은행(IB)은 유럽 경쟁사들을 앞지르고 있다.
소위 그림자 금융도 사라지지 않았다. 구조적 리스크를 일으켰던 주범이 건재하다는 얘기다. 보수적인 잣대를 동원하더라도 현재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45조달러로, 전세계 금융자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 28조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마지막으로, FT는 금융 스캔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리먼 파산 이후 바로잡히지 않은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1980년대 저축대부업 스캔들 당시 수 백 명에 달하는 관계자들이 법적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문제의 금융회사가 총 3210억달러의 벌금을 지급했을 뿐 구속된 이는 리보 조작에 가담했던 몇몇 트레이더가 전부였다.
과거 10년간 호조를 보이는 듯했던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은 금리 상승 사이클과 함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와 같은 구조의 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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