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기술주가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의회 조사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규제 도입 가능성으로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대한 신규 관세를 발동하면 새로운 매도 압박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약 1% 떨어졌다. 반도체가 하락을 주도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약 9% 급락했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가 메모리 가격 약세를 경고한 데 이어 이날 KLA텐코가 씨티그룹의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올해 4분기 실적이 메모리 시장의 약세 때문에 예상보다 적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날로그디바이시스는 이번주 씨티그룹의 콘퍼런스에서 반도체 산업의 둔화에 무역 문제와 관세가 관련돼 있다고 언급했다. ST마이크로일레트로닉스도 콘퍼런스에서 최근 수주가 고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들 주가는 이날 각각 1.5%, 1.8% 하락했다.
반도체 장비와 칩 시장의 둔화는 전 세계 경제와 기술 업계의 '탄광 속 카나리아'로 여겨진다. 분석가들은 이들 업황의 둔화가 무역 문제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래티가스에 따르면 매출액이 중국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에는 마이크론과 퀄컴, 인텔 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2000억달러 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를 고려 중이다. 그는 이 수입품 목록에 대한 공청회가 이날 끝나는 대로 관세를 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은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번 20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중국 소비재를 대거 노리고 있지만, 반도체와 클라우드 센터에 필요한 부품도 포함돼 있다. 노무라 인스티넷의 로미트 샤 선임 분석가는 반도체 수요가 "약해졌다고 생각한다. 애플이 지난 1년 동안 꽤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역시 수요와 공급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관세를 부과할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의 최초 목록안에는 각각 150억달러와 80억달러 어치의 컴퓨터 부품과 컴퓨터가 들어가 있다. 240억달러 규모의 통신장비(telecommunications)도 있다. 현재까지 중국은 구체적으로 반도체를 겨냥하지 않았다. 루시 루 PIIE 분석가는 "미국의 수입 관세 47%는 중간재"라며 "관세는 미국 기술기업의 비용을 올리고 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주식을 비롯한 기술주는 의회의 압박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규제 가능성으로 이미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5일 상원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해외 개입을 막는 능력을 개선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들 주가는 6일에도 하락했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은 이달 말 이달 말 주(州) 검찰총장들을 만나 '기술 기업이 경쟁을 해치고 플랫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의도적으로 억압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이 매우, 매우 문제가 되는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보다 무역전쟁의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관세 여파가 기업에 어떻게 가해질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브리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 투자 전략가는 "애플이 어떤 관세에도 면역이 있다는 믿음은 망상적"이라며 "일부 분석가는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이 있을지라도 불매운동이 일어나거나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B. 라일리 FBR의 아트 호건 수석 투자 전략가는 "중국은 분명히 보복할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처음에 미국 농부들을 겨냥했지만, 이제 소비자들을 겨누고 있다"고 경고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