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신흥국 통화의 급락세를 일회적 현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의 파블로 골드버그 머니 매니저는 신흥 시장은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며 현재 단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신흥국 통화의 움직임 때문에 뛰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 인도 루피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작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MSCI 신흥시장통화지수 추이 [자료= 블룸버그통신, MSCI] |
신흥국 통화 시장에서는 이른바 '전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통화 등에서 투매세가 펼쳐지자 투자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를 모두 내다 팔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7월 신흥시장으로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은 전 세계적인 무역 갈등과 달러화 강세,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6월 137억달러에서 22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JP모간프라이빗뱅크의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신흥 시장에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며 무역전쟁이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 달러화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프리서치에 따르면 아시아 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과 유럽의 은행간 대출 시장, 개별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1997년 신흥시장 위기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흥시장의 광범위한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울프리서치의 전략가들은 터키와 아르헨티나, 남아공, 파키스탄, 브라질, 인도가 약한 고리에 속한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압박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매도세를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며 다른 선진국 대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신흥국을 주시하라는 조언이다.
코즈웨이캐피탈매니지먼트의 아준 자야라만은 매도세가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와 강한 나라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무역과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이 튼튼한 국가의 통화를 매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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