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4개 중 1곳 지원 못 받아
정부 "영리 목적 중소·중견기업만 지원"
전문가 "영리기업과 달라…인센티브 다양화해야"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지난 6월 정부가 3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새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매달 16만5000원씩 3년 동안 넣으면 정부가 추가로 낸 돈까지 더해 3000만원의 목단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정보다.
이씨는 서둘러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씨가 일하는 NGO단체가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담당 공무원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을 받으려면 영리 목적의 중소기업에서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일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새로운 동력으로 꼽는 사회적기업이 내일채움공제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 목적 중소기업'이라는 지원 요건 때문에 사회적기업 4개 중 1개는 내일채움공제 지원 대상에서 처음부터 배제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을 담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내일채움공제는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노동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중견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2~5년 후 2000만~30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 준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사업인 셈이다. 이 사업은 크게 재직자 대상인 내일채움공제(중소벤처기업부)와 신규 취업자를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로 나뉜다.
하지만 지원 조건 때문에 일부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내일채움공제(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을 못 받는다.
고용부가 내놓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 지침을 보면 '비영리 목적의 사업자 및 법인'과 소비·향락 일부 업종은 가입이 제외된다. 비영리 사회적기업 신규 취업자는 물론이고 재직자도 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회적기업은 전체 사회적기업의 26%에 달한다. 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서 활동 중인 기업은 지난 7월 기준 1978개로, 이 중 516개가 비영리 형태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단법인을 포함한 민법상 법인 265개, 비영리단체 91개, 사회복지법인 79개, 사회적협동조합 78개, 기타 3개가 비영리다. 여기에 인증 전 단계인 예비사회적기업까지 포함하면 내일채움공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곳은 더 늘어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으로 운영되며 원칙적으로 중소기업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 또한 "영리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내일채움공제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중소기업확인서가 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회적기업 인증 현황 [자료=사회적기업진흥원] |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등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차이가 있다며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춘섭 충남연구원 사회적경제연구센터 팀장은 "인건비 지원에 맞춰졌던 지원 제도가 금융 및 공간 지원 등으로 다양화했다"면서도 "기부금 공제나 세금,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사회적경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도기"라며 "국민과 시민이 사회적경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주요 과제로 올라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분야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보고라고 여기고 이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에서도 관련 예산을 올해(2159억원)보다 70.7% 증액한 3685억원으로 편성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