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장비, 글로벌 대기업 각축전 심화
기술력 부족한 중소기업, 스몰셀도 대기업 잠식
상생 ‘의무’ 아닌 협력 사업 모델 발굴 필요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5G 상용화가 다가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강화는 필요하지만 대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커 중소기업들의 대대적인 참여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5G 상용화 이후 중소기업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화웨이 등 대기업 후보군들의 5G 통신장비 도입을 지속적으로 검토중이다. 3분기내에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규모가 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5G 장비 도입 시장에서 사실상 중소기업이 참여할 여지는 없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앞선 4개 대기업과 비교할 때 기술력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차 판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한 통신 장비 특성상 생존 자체를 장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계약을 맺는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는 4G 네트워크 구축 당시에도 거론됐던 문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월17일 서울 여의도 매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이동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2018.07.17 yooksa@newspim.com |
이통사 관계자는 “기밀유지 때문에 구체적인 비중은 밝힐 수 없지만 4G 기지국 핵심장비는 물론, 이를 지원하는 주요 보조장비에도 중소기업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기업 외 참여 기업들도 이미 관련 업계에서 최소 5년 이상 경험을 쌓고 기술력을 고도화시킨 중견 기업인데 그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상생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력이나 유지,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무작정 협력할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쓰면 곧바로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중소기업 참여를 최대한 늘린다는 입장이지만 기술력 등 필수 조건을 감안할 때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그나마 중소기업들이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영역으로는 ‘스몰셀’ 시장이 꼽힌다. 초소형 기지국인 스몰셀은 대형 기지국이 커버하지 못하는 음영지역이나 기지국간 경계, 실내 등에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한다. 트래픽 급증이 예상되는 5G 시대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스몰셀마저도 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5G 통신장비를 공개하면서 고객사(이통사) 요구에 맞춰 스몰셀 장비 공급도 가능하다가는 입장을 밝혔으며 에릭슨, 노키아도 이미 스몰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5G 통신장비 시장의 변수로 떠오른 화웨이는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몰셀 장비인 ‘C-band’를 공개한바 있다. 기술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스몰셀 구축에서도 대기업 장비 도입을 우선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5G 네트워크 구축 시 스몰셀에 중소기업 장비 도입을 일정 수준 의무화하거나 스몰셀 시장 자체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중소기업 장비 도입을 의무화 경우 기업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고 5G 서비스의 전반적인 완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G 전국망 구축까지는 시간이 남은만큼 중소기업들도 실익을 누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중이다.
중소장비 업체 관계자는 “기술력이 떨어지는데 무조건 우리 장비를 쓰라는 게 아니다”며 “현실적인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에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