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32개 증권사 CEO 모인 간담회, 삼성증권만 불참
‘무차입 공매도 의혹’ 금감원 조사받는 골드만삭스도 참석
업계 의견 듣는 자리... 융통성 있는 대처 아쉬워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투협회 23층에 마련된 대회의실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32개 증권사 대표이사들이 총출동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마련한 증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
회의시간보다 15분가량 일찍 온 윤석헌 금감원장은 회의전 권용원 회장, 그리고 증권사 CEO들과 간단한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감독기관 수장으로선 다소 이례적이지만 보기좋은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간담회장에서도 이어졌다. 당장 자리 배치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금감원장과 금투협회장이 서로 마주 앉았고, 이를 중심으로 김도인 금융투자 부원장보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전병조 KB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원을 그리듯 차례로 배석했다. 이들은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 수장들이다.
다만 또 다른 초대형 IB를 이끄는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을 위한 자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서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 수장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정작 자기자본 3위의 대형 증권사 대표가 초대받지 못했다.
사실 업계에선 금감원장과 증권사 CEO 간담회가 공식화된 이후 구성훈 사장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4월 배당오류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에 대해 금감원이 6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전·현직 대표이사의 해임요구 및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구 사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물론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안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구 사장의 징계는 여전히 논의중인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가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 참석을 위해 대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2018.06.21 yooksa@newspim.com |
이와는 달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대표 중에선 최근 무차입공매도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는 사이먼 허스트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 대표도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30일 350여 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 주문을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위탁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개 종목의 공매도 주문을 결제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식 차입을 확인하지 않고 공매도 주문을 낸 것이 확인되면,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한다.
나란히 수사 대상에 오른 두 증권사 수장의 엇갈린 행보. 이에 대해 금감원은 증권사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한 발을 뺀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분이 나와도 상관없다고 전달했지만, 삼성증권 스스로 불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석헌 원장 역시 회의 후 삼성증권 불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9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배구조·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기관·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상 초유의 배당오류 사태로 시장 혼란을 초래한 삼성증권에 대한 징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감독당국 수장과 업계 CEO가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금감원과 삼성증권간의 다소 융통성 있는 배려와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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