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수출·경제전반 악영향 우려 확산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확대되며 국내 산업계의 수출과 경제 전반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부도 산업부 주도로 민관합동 대응체계를 마련, 본격 대응에 나선 상태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전날 대중국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000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자 중국도 반격하겠다고 나서는 등 양국간 무역전쟁이 확산 일로다. 이번 발표로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확정한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총 2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산업계는 이같은 미중간 무역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출국가인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비중이 절대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수출 5737억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은 1421억달러로 대중 의존도가 24.8%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12%)이 높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간 서로의 수입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일이어서 한국이 소비재 형태로 미·중에 수출하는 제품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TV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 중간재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레 한국산 중간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중 중간재는 70%가 넘는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전자·반도체 기업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 확전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무역전쟁 장기화로 세계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전자·반도체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미중 무역전쟁 확대로 글로벌 전자반도체 시장 전반의 침체 우려가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고로 작업 모습 [사진=뉴스핌DB] |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국내산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조치) 조치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산 철강에 대한 고강도 관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 기업이 철강을 한국을 통해 우회로 수출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나라를 우회수출국으로 지정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에 대해 고강도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대화가 결렬되며 미국이 우리나라를 중국 철강 우회수출국으로 지정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는 식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면서 "세계 경제 1, 2위 국가 간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로우키(저자세)'전략을 취했지만, 미중간 무역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대응 수준을 키우기로 했다.
산업부는 우선 2000억달러 추가 관세부과로 인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업종별 파급효과 △대중(對中)투자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산업연구원 및 업종별 협·단체가 공동으로 분석에 착수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당국에서는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지 의문"이라며 "결국은 중국 경제 전반의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대중 수출이 피해를 입는 영향권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적 경제건전성이 상실되고, 체력이 고갈된 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에 하나 중국이 경제위기를 맞는다면 한국 경제도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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