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퍼 내무장관 "2주 안에 EU 파트너국과 해결책 마련하라"
메르켈 몰락 시 스페인·마크롱 등에도 파장 예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유럽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을 두고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을 이끄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제호퍼 장관은 독일 국경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돌려보내는 한편, 국경에 경찰을 두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 입국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독일 국가 차원이 아닌 EU 차원에서 난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 입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EU 파트너국과 난민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앞으로 2주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독일 빌트지는 제호퍼 장관이 18일 CSU 지도부 회의에서 이러한 요구안을 정식 채택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밤 기독민주당(CDU) 지도부와 만나 대책 논의를 가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제호퍼 장관을 불복종을 이유로 해임할 수도 있지만, CSU와의 분열을 무릅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렌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SU가 이민 정책에 대해 메르켈이 제시하는 어떤 타협안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재의 연정은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면서 “(제호퍼 장관을 해임할 경우) 메르켈 재임 중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해당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28일과 29일 열릴 EU 정상회의 준비 과정 중 관련국들과 일종의 난민 대책 합의안을 마련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18일에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신임 총리를 만나 난민 문제를 논의한 뒤 19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블룸은 EU 차원에서 확실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할 경우 독일 정치판에 완전한 위기 상황이 연출될 수 있으며, 메르켈 총리의 몰락은 동유럽 권위주의 정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난민 문제에 인도주의적 스탠스를 취하는 스페인 정부와 유로 지역 개혁을 추진하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