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 골드버그 등 할리우드 스타 찾으며 인기
신발혀 아래 '자유·평화' 문구…"다함께 평화 누리는 우리 모습 바람"
[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한 시리아 난민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만들기 시작한 운동화 한 켤레가 할리우드 스타들이 앞다퉈 찾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다니엘 에사(Daniel Essa)는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를 2014년 떠났다. 프랑스에 당도한 그는 언어도, 문화도 생소한 낯선 곳에서 난민 신분으로 앞날이 깜깜했다. 생계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스니커즈는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신으며 단번에 '힙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지금은 한 디자이너로서 그만의 럭셔리 스니커즈 브랜드 '다니엘 에사'를 운영하고 있다.
에사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지만 고향이 전쟁에 휘말리며 그의 꿈도 좌절됐다. 시리아를 떠난 그는 벨기에 국경과 인접한 프랑스 릴에 정착해 운동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다니엘 에사(Daniel Essa)와 그가 디자인한 스니커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그니쳐 모델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가죽 위에 신축성이 강한 천 조각을 덧댄 디자인이다. 이 같은 스타일로 디자인된 종류만 28개다. 한 켤레 평균가는 대략 330유로(약 41만7000원) 선이다.
독창적인 디자인은 배우 우피 골드버그 눈에도 띄였다. 우피 골드버그는 미국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서 지인이 시착한 프로토타입의 스니커즈를 보고 디자이너가 누군지 묻고 곧바로 주문했다. 지금은 다니엘 에사 스니커즈를 찾는 파리 부유층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다고 한다.
2주 후엔 첫 번째 개인숍도 연다. 신발은 이미 프랑스 파리와 아작시오, 코르시카에서 판매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까지 진출했다.
에사는 재봉술을 할머니에게 배웠다. 패션을 업으로 삼으려 했을 땐 '패션은 여자들이나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다. 그는 "식구들은 싫어했어요.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처음엔 할머니와 저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가족들 몰래 일했어요"라고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그는 고향 홈즈보다 다마스쿠스를 떠나는 게 더 어려웠다고 한다. 이미 다마스쿠스에 작업장과 숍까지 열었던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거의 매일 공습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가족들이 하나둘씩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어요. 물론 떠날 여유가 있는 운 좋은 사람들이었죠"라며 사업을 막 시작한 신진 디자이너가 꿈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시리아를 떠난 후 에사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슈텅 아래 '평화'라는 의미의 'Paix'가 새겨져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니엘 에사 스니커즈는 전면부 발등의 '신발 혀(슈텅)' 아래 '자유(Freedom)'나 '키스(Kisses)', '평화(Peace)'와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에사는 "모두가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제가 정말 바라는 건 언젠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평화를 누리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8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사망자는 35만명, 유엔에 등록된 난민은 558만명이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