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의지 없어
내부 보고서, 회담 취소 결정 전날 트럼프 측에 전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나와 주목된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것.
내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양국 고위 관료들의 실무 협상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온 진단이다.
지난해 9월 3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북한노동신문] |
이번 주장은 CIA가 싱가포르와 뉴욕, 판문점의 실무 협상팀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참여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30일(현지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CIA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핵 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다. 그는 지난 22일 트윗을 통해 “미국이 포기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북한은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CIA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 행정부와 국제 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평양에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을 허용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CIA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를 근간으로 평화적인 제스처를 주고 받는 데 관심을 두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CIA의 진단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CIA는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이뤄낸 핵 프로그램 개발의 결과물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다급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당근’으로 CIA는 제재 완화와 인프라 건설, 농업 부문의 원조 등을 제시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부 보고서는 이달 초 작성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를 결정하기 하루 전 그에게 전달됐다.
CIA나 미 국무부가 굵직한 사안과 관련해 협상 상대방을 분석, 결과물을 제시, 미국 정부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도록 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다.
이번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그가 회담 추진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CIA의 분석 결과에 무게를 두지 않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CIA의 한 전직 관료는 NBC뉴스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미국 CIA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과거부터 북한과 협상의 가장 커다란 난제는 비핵화를 꺼리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