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밀려서 하는 회담 안할 것"...북미 신경전에 전격 취소
"김정은의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회담 부적절" 이유 들어
북미 신경전 '고조' 빌미 된 듯..김계관 최선희 담화로 강경모드
22일 "북미회담 열리지 않을 수도" 언급 하루 만에 일방 통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정상회담이 북한과 미국의 주도권 잡기 신경전 끝에 좌초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슬프게도 최근 당신의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할 때 이번에는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특히 북한은 지속하는 평화와 엄청난 번영과 부를 위한 중대한 기회를 잃었다"며 "이같이 잃어버린 기회는 역사상 진정으로 슬픈 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나는 당신과 만나기를 고대한다. 당신이 이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생각을 바꾼다면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남겨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최악의 결과 잉태한 북미 주도권 다툼, 北 남북·북미 모두 강경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라는 최악의 결과물은 미국과 북한의 날선 공방전 속에서 잉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차례의 방북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합의했을 때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갈등의 싹은 커져갔다.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내 강경파가 북한의 비핵화 수준을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로 높이고,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외에도 WMD(대량살상무기)로 검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자 북한은 이에 강력 반발했다.
북한은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선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중단시킨 것에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한다면 더는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북미정상회담 연기 관련 입장을 꺼낸 것이다.
여기에 김 제1부상은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에 대해서도 강하게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리비아 방식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김정은은 그의 나라에 남아 나라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의 강경 모드는 풀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북미회담 연기' 언급 후에도 北 강경모드에 '전격 취소'...
최선희 北 부상 담화 통해 강경모드 유지"미국에 대화 구걸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도 한계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지만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며 미국이 원하는 특정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입장을 밝힌 다음날 최선희 외무상 부상의 담화를 통해 다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부상은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통보했다. 북한의 이같은 강경모드는 비교적 급이 낮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 등의 개인 담화 형식을 취한데다가 비핵화 조치의 상징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일정대로 진행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도권 잡기 신경전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그동안 밀려서 하는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 밝혀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북한의 태도를 용인할 생각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후 정상회담 가능성을 남겨뒀지만,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은 취소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