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 넘게 하락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올해 들어 아시아 3위 경제 대국인 인도의 루피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고 정부의 재정 적자가 확대하자 인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에 따르면 작년 미국 달러 대비 6.75% 상승했던 루피화 가치는 올해 들어 5.15% 하락세다. 이날 달러/루피 환율은 67.13루피를 기록, 15개월 만에 최고치(루피 약세)를 찍었다.
달러/루피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ANZ와 ING 등 주요 은행의 외환 분석가들은 루피화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ING의 프라카시 삭팔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루피아가 "곤경에 빠진 이 상황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본다"며 "올해와 그 이후에도 몇 가지 내·외적 요인이 상당한 취약점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인도 경제는 화폐개혁과 단일상품서비스세(GST) 도입, 은행권 악성부채 증가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이 때문에 성장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우려는 금방 잦아 들었다. 하지만 정부 지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뛰어오르며 루피화를 다시 시험하고 있다.
투자은행 노무라의 분석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순석유 수입국인 인도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는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0.4% 0.1% 악화한다고 추정했다. 이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약 15bp(1bp=0.01%포인트)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루피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가속하면 인도 중앙은행은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인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경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인도는 대규모 자금 유출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 2013년 미국발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당시 인도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였다.
작년 307억8000만달러가 순 유입됐던 인도에서는 올해 들어(지난달 말까지) 2억4444만달러가 순 유출됐다. 자금 유입 촉진을 위해 외국인 투자 요건을 완화했지만 오히려 자금은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레디카 라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작년 동안 외환보유액을 늘려왔지만 쌍둥이 적자에 따른 자금 조달 수요로 중앙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루피화와 인도 경제를 비관하는 쪽만 있는 건 아니다. 메이뱅크의 분석가들은 "인도 중앙은행은 자본 지출 증가와 글로벌 수요 개선의 징후를 고려하면 경제 활동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통화 가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