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비핵화 약속에도 눈 깜짝 안 할 매파들 동행”
해리스, 폼페이오, 볼턴 등 관계자 모두 대북 강경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점차 온건해지고 있지만, 트럼프와 동행할 회담팀에 강경파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훌륭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등 북한과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만한 발언들을 내놓고 있지만, 오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동할 미 대표단은 비핵화 합의가 발표될 경우에 대비해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살필 매파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현재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해 북한의 정권교체를 언급했던 인물이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보좌관에 임명되기 전이던 지난 3월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외교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정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와 함께할 핵심 인물 중에서 WP가 가장 주목한 인물은 얼마 전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된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 사령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수락한 뒤 엿새 뒤 해리스 전 사령관은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의 ‘최대 압박’ 전략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게 한 성공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전 사령관은 또 비핵화 협상이 나와도 믿을 수 없으며 일단 검증해야 한다면서, 김정은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선대의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일종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북 군사옵션을 묻는 질문에는 단순 경고를 위한 제한된 ‘코피전략’ 계획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만 떨어지면 북한에 대한 전면전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외교 쪽에 배경이 없는 해리스 전 사령관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주한 미국대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시선도 있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적임자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됐다가 정치적 이견으로 지명이 철회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다른 사람들은 불을 보면 도망가지만 해리스는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해리스 전 사령관을 잘 아는 미국의 대외 정책 분석가들은 해리스와 볼턴, 폼페이오가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제시할 공허한 약속에 속지 않도록 가드를 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개발 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 경제 제재를 풀거나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순간 비핵화 약속을 뒤집거나 비밀리에 실험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해리스와 볼턴, 폼페이오가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미국안보센터 아태지역 안보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은 “해리스와 볼턴, 폼페이오가 동행하면 취약한 합의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불리한 최종 합의안을) 김 위원장이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