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자아비판에서 런정페이 회장 문제 공개 지적
런 회장, 자만해선 안돼, 위기관리 중요성 강조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국 화웨이(華為)의 내부 교육연수 프로그램에서 직원들이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문제점을 대놓고 지적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런 회장은 화웨이의 ‘대기업병’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조직 자아비판을 통해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1일 펑황망(鳳凰網) 등 중화권 매체들은 화웨이 내부 직원을 인용, 화웨이 직원들이 최근 내부 교육연수 프로그램 ‘화웨이 인력자원 2.0 총강’을 이수하던 도중 자아비판 시간에 런 회장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고 전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바이두> |
◆ ‘혁신, 개방적 사고 필요’ 런 회장 공개비판
중국 매체들이 인용 보도한 ‘런 회장의 10대 잘못’은 런 회장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적나라한 비판을 포함하고 있다.
직원들은 먼저 “런 회장의 인력자원 철학은 ‘세계적 혁신’이나, 실제로는 너무 세부적인 내용까지 간섭해 인력관리의 기계화를 낳고 있다. 전문인력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런 회장의 관리사상은 통신서비스 운영 업무에는 적합하나, 다른 업무에는 맞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됐다.
또한 직원들은 런 회장에게 “새로운 사물(事物, 기술 사업 등)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개방적인 태도로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원 대우에 대한 직언도 이어졌다. 직원들은 “간부급 직원 관리에는 리스크와 효율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전문가를 중시하고 이들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급여 보너스 등은 장기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 내용을 갖고 특정 직원이나 보고자를 단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 자아비판으로 발전 방향 찾는 화웨이식 충격요법
화웨이의 이번 자아비판에선 단순히 자신이나 동료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뿐 아니라 화웨이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과 반성도 이어졌다. 특히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한 고위 임원은 “현재 화웨이의 전략은 ‘아무것도 없는 초보적인 수준’”이라며 “때문에 우수한 대학교 졸업생들이 화웨이보다 BAT에 취업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또한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칩셋 ‘기린970’을 자체 개발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머신러닝과 클라우드컴퓨팅을 결합해 연구하고 있는 알리바바 등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공지능 칩셋 '기린970'을 탑재한 화웨이 메이트10 <캡쳐=화웨이> |
화웨이의 자아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런 회장에 대해 직원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화웨이 조직문화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런 회장의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런 회장은 직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도태되는 직원은 떠나라. 좋게 만났으니 좋게 헤어지자”고 할 만큼 불 같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런 회장에게 즉흥적으로 비판했을 리는 없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중론이다.
지난 5일 화웨이와 선전(深圳)시 시정부가 도시발전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직후 런 회장은 “화웨이의 대기업병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직 스스로의 자아비판과 연수를 통해 조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하루아침에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런 회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위기론을 꺼내 들며 동기부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1년과 2016년 그는 “화웨이가 타이타닉호 처럼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두 외부에서 화웨이의 경영 성과를 축하할 때 나온 발언이다.
이번 자아비판 역시 화웨이에 대한 외부의 찬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만 1억255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중국 시장점유율 1위(23%)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비 15.7% 늘어난 6036억위안, 순이익은 28.1% 늘어난 475억위안을 기록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