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실사 검토...리딩금융그룹 자존심 대결
문제는 가격...예상가 3조원이나 양사 모두 "비싸다"
[뉴스핌=김승동 기자] KB금융과 신한지주가 ING생명 인수를 놓고 대결할 태세다. 비은행 부문 확대를 통해 '리딩' 그룹 자리를 굳히겠다는 면에서 양사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ING생명은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보험사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2일 보험업계 및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최근 ING생명에 대한 예비실사에 들어갔다. KB금융지주는 4년 전 ING생명 인수를 추진했다 이사회의 반대로 인수를 포기한 적이 있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가 IM(Information Memorandum)을 발송해 ING생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4년 전 인수를 추진했을 때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파악한 후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손해보험(업계 4위)과 증권업계(5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3조3000억원을 올려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금융지주’를 탈환했다.
ING생명을 인수한다면 KB금융지주는 라이벌인 신한금융지주와의 격차를 더 벌이게 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임 후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며 “생명보험사 인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 회장은 “진정한 리딩금융그룹이 되려면 2위와 격차를 30%까지 벌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KB금융그룹이 ING생명(자산 약 31조원)을 집어삼키면 KB생명(약 9조원)은 자산규모 40조원 이상으로 업계 5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이에 맞서는 신한금융지주도 만만치 않다. 중견 생보사인 신한생명을 보유하고 있으나 ING생명 예비실사에 뛰어들었다. 특히 경쟁입찰이 아닌 프라이빗딜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써내는 곳이 리딩금융그룹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9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ING생명의 순이익은 3400억원. 이에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하면 KB금융과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현재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보유중인 지분 59.15%의 시가는 약 2조5000억원 수준. 여기에 경영권프리미엄까지 얹으면 매각가는 약 3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KB금융이나 신한지주 모두 3조원의 매각가는 무리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기업공개(IPO)와 배당 등으로 약 1조8000억원의 인수 비용 대부분을 이미 회수했다”며 “MBK가 어느 정도 선에서 매각가를 결정할지가 M&A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