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매출 10배 많은 대우건설 인수 유력
해외사업 부실시 위기관리능력 미지수..경영난 우려
[뉴스핌=이동훈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형상 10배가 넘는 회사를 인수하는 상황이라서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기업 존폐 위기에 빠졌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투자은행(IB)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간 매출 1조원대인 호반건설이 11조원대 회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 위기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지난 19일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흥행에 실패한 데다 인수 경쟁사가 없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호반건설 사옥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문제는 호반건설이 무리한 인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내·외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건설사를 운영하고 싶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지만 외형 규모에서 너무 큰 격차를 보여서다
우선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호반건설이 13위다. 반면 대우건설은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시평액은 호반건설이 2조4521억원, 대우건설은 이보다 4배 정도 많은 8조3012억원이다. 연간 매출은 더 차이난다. 작년 호반건설 매출액은 1조1800억원. 대우건설은 11조원1000억원에 달한다. 외형 규모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사업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 당장 수주 규모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매출 원가율도 100%가 넘어 지금은 이익보다 손실이 큰 구조다. 해외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 재계 순위가 훨씬 높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다시 토해냈던 선례가 있다. 해외사업 부실과 주택경기 침체로 금호산업은 결국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6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매각 당시에는 투자금의 절반 정도만 건졌을 뿐이다.
직원들간 화학적 결합도 넘어야할 산이다. 대우건설은 그룹시절의 잔상이 남아 있어 아직도 ‘대우맨’이란 자부심이 매우 높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에 인수된다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대우건설 노조는 애초부터 호반건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서에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경험과 이해,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호반건설과 중국계 자본의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하고 이들 기업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인수를 절대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대우건설의 새 주인은 산업은행의 결정에 달렸다. 산은은 이르면 이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할지를 정한다. 산은은 호반건설이 제시하는 매각가격이 최소 기준가 이상이면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매각 성사는 유력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종합 건설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외형에서 격차가 너무 커 경영 시너지 및 효율성이 제대로 발휘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문제는 해외사업인데 사내 유동자금을 모두 털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만큼 해외사업 부실이 잇따라 발생하면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